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은 착착 진행되었다. 제자들의 교육, 온갖 병자들의 치유, 마귀들린 사람의 입을 통한 메시아, 다윗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 고백 등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강물이 불어 나면 강은 넘쳐 흐른다. 예수의 이와 같은 실적이 드러날 수록 그 적대자들의 음모도 그 도수가 강해진다. 언젠가는 아들의 영광이 드러날 때가 오겠지만(요한 17, 1)지금은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다(요한7, 30). 예수께서 병자를 고쳐 주시고 나서 그리고 마귀들린 사람의 입을 통하여 당신이 메시아이신 하느님의 아들임이 드러날 때 떠들지 말라고 침묵을 명령하신 사정을 알수 있다(마르3, 12: 마태8, 4: 9, 30).
마태오는 이미 마르꼬와 함께 예수의 구세활동을 종합적으로 소개하였고(마태4, 23~25: 마르3, 7~12)여기에서 또 다시 간결하게 언급하는 것은 예수가 이사야예언서에 언급된「주님의 종」이며 그 분은 종의 모습속에 숨겨진 메시야시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뒤 따라 왔으므로 예수께서는 모든 병자를 고쳐 주시고…」.
메시야=주님의 종=예수의 공식으로 드러나는 구세주상은 공관복음서에서 고난을 당해야 할 주님,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온 하느님의 아들로 제시되어 있으며 이「주님의 종」상은 사도교회의 그리스도관이기도 하였다.
「모든 사람」을 치유한 것은 주님의 종이신 그리스도가 모든 민족을 위하여 고난을 받으신 것을 의미하며 그 분을 따르는「많은 사람」은 그를 반대하고 핍박하는 적대자들 즉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대조시킨 것이다.
주님의 종의 모상으로 오신 그리스도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약하고 병든 자들을 구원할지언정 그것을 여봐라는 듯이 드러내는 권력자의 영광을 감추고 오히려 고통받는 오린 양처럼 자기 자신을 숨긴다.
이것은 기력없는 도피자가 아니고 오직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뿐이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마태오는 이사야 예언서를 인용한다:「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었다」. 이 예언의 말씀은 학자들이「제2이사야서」라고 부르는 이사야서 40, 1~4절까지의 말씀인데 마태오가 인용한 문구는 이사야서와 좀 다르다. 그것은 마태오의 인용이 70인 역성서의 인용이 아니고 성서를 좀 자유롭게 번역한 마소라본의 인용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이견이다.
하여튼 그 말씀은 이렇게 시작한다:『보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 사랑하는 자, 내 마음에 드는 자, 그에게 내 성령을 부어주리니, 그는 이방인들에게 정의를 선포하리라』(마태12, 17~18). 이 말씀은 예수께서 세상을 구원하려고 고통받는 주님의 종으로 선택되어 큰 웅지를 펴는 세례의 순간 하늘에서 성령을 받으며 선언된 말씀이다(대목24참고).
이 말씀은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 말씀이었으며 그는 종의 몸으로 만방에 정의를 가져다주어 만민을 구원할 분이시며 그 일은 온유함과 겸손한 마음으로 이루어 질것이며 그의 일생의 모또는「봉사」이다.
이 일을 위하여 하느님이 뽑으신「주의 종」은 세례때에「나의 사랑하는 아들」임이 밝혀졌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미리 세워 두셨던 계획이었으며 이 계획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 모두가 풍성한 은총을 받게 되었다(에페1, 9~10).
이 일의 성취의 표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받았고 그를 통하여 우리도 성령을 받는다.
온유하고 겸손한 주의 종은 소리없이 고요히 하느님의 뜻을 이행할 뿐이다. 그래서 그분은 거리에서 병자치유의 기적이나「다윗의 아들」칭호가 튀쳐 나올때마다 퍼뜨리지 말라고 입을 막았고 적대자들에게 빌미를 잡히지않기 위하여 다투지도 않고 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느님의 나라는 풍악을 불며 오지 않을 것이며(루가17, 20~21) 메시야는 이미 세상에 와 있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 보지 못했다(요한1, 11).
조용히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의 종은 버림받은 자들을 붙들어 일으켜 주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싸매 주며 용기잃은 자들을 격려하고 죄인들을 자비로이 맞아 주는 사명을 띠었다. 「그는 상한갈대는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라고 한 예언은 세상에 오신 주님의 종의 온화하고 겸손한 모습을 대변하는 말씀이다.
그러니 일을 하는데 첫 자리를 다투지 않으며 진리의 목소리에 핏대를 올리지 않는다. 적대자들에 직면하면 하느님의 처분을 선언할 따름 그들과 같이 꾀를 부리지도 않는다.
이 방법이야 말로 하느님의 정의를 세상에 알리고 하느님의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길이다. 이제 우리모두는 주님의 종 이름에 우리의 구원을 걸게 되었고 모든 백성이 그 이름에 희망을 걸게 되었다. 사도들이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입에서 직접 들은 대로 메시야의 길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길이 나 있다.
「내 너희에게 어두운 곳에서 한 말을 밝은 곳에 외치고 너희 귓속에 대고 속삭인 것을 지붕 꼭대기에서 멀리 전파하여라」(마태10, 27). 「당신을 남에게 알리지말라고 신신 당부하신」말씀의 뜻을 알아 들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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