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결심하고 마음을 굳힌지 9년만에 온갖 각고를 뛰어넘어서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늦게나마 향학열에 불타 늘상 손에서 책이 떠날줄을 몰랐다. 신앙서적을 많이 읽어서 신앙심도 날로 깊어갔다.
경수는 12년만에 1급 모범수가 되었다. 목공과 이발사 2급 기능사 자격도 취득하였고 새마을반장으로서 천주교 회장직까지 맡게 되었다고 편지가 왔다.
『어머니 제가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생활 수준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만해도 절로 감사한 마음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제가 비록 죄를 짓고 징역을 살고있는 몸이긴 해도 한편 생각하면 불행중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학교도 못다닌 촌놈이 없지만 지금의 저를 생각할때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도소는 저에게 있어 아주 훌륭한 학교입니다. 제가 정신적ㆍ지적 면에서 교양을 쌓고 변화시켜준 잊을수 없는 고마운 토양입니다.
교도소에서는 6시30분에 기상을 알리는 나팔을 붑니다. 그러나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새벽3시면 일어나 교회봉사자들을 위하여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까떼나를 바친후 성서를 읽고 묵상기도에 들어갑니다. 7시40분에 출역을 나가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30분에 작업이 시작됩니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을 먹습니다. 매일하루 30분 운동시간엔 저는 주로 농구나 배구를 합니다.
오후 4시에 입방하여 5시에 저녁식사를 하고 명상시간과 반성시간이 잠깐 있습니다. 7시30분에 취침나팔이 울리면 그때 사방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집니다. 『어머니 어머니여, 오늘도 못나갔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등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가슴저리게 진동한후 일제히 조용해집니다.
그때마다 저도 어머니를 행각하며 기도합니다. 어머니는 모든이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특히 어머니 얼굴도 모르고 성장한 제겐 더욱 더 그렇습니다.
1급수는 8시까지 TV를 마음대로 볼수 있습니다. 주로 오락ㆍ교양ㆍ스포츠ㆍ연속극 등입니다. 주1회 종교집회가 있는데 회장으로서 가장 마음 아픈것은 다른 종파에 비해 항상 인원이 적은 것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밖으로부터의 지원부족입니다. 개신교는 기드온회에서 한 교도소에 성서를 트럭으로 갖다 주는 반면 천주교는 언제나 빈손이어서, 믿겠다는 재소자들에게는 우선 손에 공부할 재료를 쥐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형편입니다. (묵주ㆍ기도서ㆍ성가책ㆍ성서ㆍ각종 간행물)
그리고 재소자들중 악보를 볼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가지도 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종파에서는 기타맨 등이 한팀으로 구성되어 정규적으로 잘 지도하고 있어 상당히 부럽습니다.
천주교는 물적자원뿐아니라 인적자원도 너무 부족합니다. 미사도 주1회 있으면 좋겠는데 한달에 한번, 그것도 신부님사정에 따라 못할때도 있으니 참으로 목마른 심정입니다.』
교도소는 탈선한 사람들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좋은 못자리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잘 이용하여 물심양면으로 돕고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일은 바로 크리스찬들이 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