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농 ‘명동 보름장’ 열던 날 "우리 농산물 사고 농촌 살리고”
…서울 한복판에 열린 시골장터
전국 농민회서 농산물 직접 판매
도시와 농촌 ‘상생과 만남의 장’
매월 첫째·셋째 주일마다 개최
▲ ▼ 6월 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우리농 명동 보름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각 교구 농민회의 유기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우리농산물 장터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열렸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백광진 신부, 이하 서울 우리농)가 6월 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들머리와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마련한 ‘우리농 명동 보름장(이하 명동 보름장)’에는 각 교구 우리농과 가톨릭농민회 분회 회원들이 직접 키운 유기농산물을 선보여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서울 우리농에서는 대형 텐트 8동과 판매대, 시식대 등을 설치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서울 우리농이 지난해 시작한 명동 보름장은 생명농산물이 풍성히 열매 맺는 시기에 맞춰 도시인들에게 농업과 농촌, 농민 살리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기쁨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백광진 신부는 명동 보름장에 대해 “농촌과 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인들은 우리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농민들은 자신들이 수고스러움으로 키운 농산물이 도시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명동 보름장에서 확인하면서 도시와 농촌 간 유대를 통한 신뢰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서울 우리농 부본부장 이승현 신부 역시 “서울시민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로 가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이어서 명동 보름장에 농산물을 내놓은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을 만나 반갑게 고향의 정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우리농이 명동 보름장을 주일에 명동성당에서 여는 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성체성사를 세우신 장소가 바로 식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주일에 가족 단위로 명동성당을 찾는 신자들이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산물로 생명의 식탁을 차려 성체성사의 신비를 발견하자는 뜻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명동 보름장에는 마산·전주·안동·춘천·원주·수원·인천·의정부교구 가톨릭농민회 분회 농민들과 서울대교구 농부학교 졸업생들이 농산물 120여 개 품목을 전시·판매하고 시식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명동성당에 주일미사를 드리러 온 신자들은 물론 명동을 지나던 시민들과 외국인들도 서울시내에서 볼 수 없었던 시골 장터 풍경에 호기심 어린 눈길로 처음 보는 농산물 이름을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춘천교구 가톨릭농민회 동홍천분회 김종녀(효주 아녜스)씨는 “고라니, 산돼지가 뛰어 노는 4만 평 넓이 농장에서 자연농법으로 표고버섯, 명이나물, 산더덕, 산양삼 등을 키웠다”며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생태계를 보존하는 가운데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강(바오로·59)씨는 “서울대교구 천주교농부학교 6기 출신으로 7년 전 춘천교구에 귀농했다”고 소개한 뒤 “명동 보름장에는 제철 농산물과 먹을거리가 나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 재배했는지 알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동 보름장에는 서울대교구 천주교농부학교 졸업생들이 서울시내 텃밭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무말랭이, 무짠지 같은 재래 음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상추를 구입한 김지영(유스티나·서울 주교좌명동본당)씨는 “명동 보름장이 열릴 때마다 일부러 딸과 시간을 내서 장터를 둘러본다”며 “농약을 치지 않아 믿고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명동 보름장은 11월 19일까지 매월 첫째, 셋째 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계속 열린다.
▲ ▼ ‘우리농 명동 보름장’에 선보인 유기농산물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