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바닥이 너무 미끌거려요!” “신부님! 무서워요!”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자리한 논. 물대기가 끝나 찰랑찰랑 물이 차올라 있다. 서울 응암동본당(주임 남학현 신부)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모내기를 위해 조심스럽게 논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이내 친구들과 선생님, 신부님과 어울려 진흙 장난질을 치느라 모내기는 뒷전이다. 결국 온몸을 진흙범벅으로 만들고서야 모내기를 시작했다. 논에서 흙장난을 치던 어린이들은 모내기가 시작되자, 못줄에 맞춰 사뭇 진지하게 모를 심었다. 모를 심은 후에는 논에 우렁이도 풀어줬다.
모내기에 참가한 백유경(미카엘라ㆍ11)양은 “논에는 처음 들어와 봤는데, 바닥이 미끌미끌 한 게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재밌다”면서 “내가 심은 모가 잘 커서 맛있는 밥이 되어 돌아오길 바란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성령강림대축일 하루 전날인 6월 3일 응암동본당 어린이들은 원주교구 흥업본당 대안리공소를 찾아, 2017년 풍년기원미사를 참례하고 논에 들어가 고사리 손으로 직접 모내기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67명의 초등부 학생들과 학부모, 본당 환경분과 위원 등 응암동 신자 120여 명과 대안리공소 신자들이 함께 했다. 본당은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하며 쌀과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돕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대안리공소 신자들은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유기농 쌀을 키우고 있다.
풍년기원미사를 주례한 이동훈 신부(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는 어린이들에게 “쌀은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이며, 쌀의 시작인 모내기는 생명을 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에 생명을 심어주는 성령을 기념하는 성령강림대축일에 생명의 쌀을 심는 은총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친구들과 가족에게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생명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는 성령강림대축일 미사로 봉헌됐다.
응암동본당 보좌 신웅 신부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논에 대해 거부감 없이 들어가 신나게 놀면서도 진지하게 모를 심는 모습에 놀랐다”면서 “도시 본당은 아이들이 농촌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응암동본당은 지난해 가을에도 대안리공소에서 벼베기 체험을 진행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