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다. 산다는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도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심성은 날로 메말라가고 자연 역시 황폐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이 지구안에서 인간은 자신을 매일처럼 죽이며 살고있다. 왜 어쩌다가 언제부터 이지경이 됐을까. 본보는 인간의 삶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의 현장을 인간 스스로 고발하고 또 풀어갈 수 있도록 특별기호기「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를 시도한다.
<편집자주>
최근들어「체외수정」「대리모」「시험관아기」같은 용어들이 사람들의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 특수실험분야로 여겨온 인공출산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돈있고」「마음만 먹으면」누구나 시술을 받아볼 수 있고, 급하면 대리모의 자궁을 빌려서라도 아기를 가져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체외수정 시술 성공률 20% 대리모 시술 성공률 40%이상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1천건이 넘는 체외수정시술과 20건이 넘는 대리모시술, 1만여건의 인공수정시술을 실시해 오고 있다.
실로 불임(不姙)의 안타까움은 끝없는 가임기술을 재촉했고 한번 개발된 과학기술은 그것이 「윤리적」이든「비윤기적」이든 빠르게 보급되어 나가고 있다.
이제 통상 1백가정중 13~14%의 불임부부(국내 총70만쌍 추정)들은 비록 인공출산이 윤리와 신앙에 어긋난다 해도 혈육(血肉)을 낳고 싶다는 강한 욕을 피할 수 없게 댔다.
더욱이 이미 4년전부터 미국 뉴욕의 「대리모 공급회사」(ICNY: Infertility Center of New York)까지 국내 유명산부인과병원을 대상으로 『평균연령 26세, IQ82~1백16(평균 99ㆍ8)의 건강한 대리모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판촉공세를 펼치고 있어 체외수정과 대리모문제가 더욱 노골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공출산기술은 불임에 시달린 부부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 될수 있지만 인류에게 몰고올 재앙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교회나 인공출산 반대자들이 주장이다.
■ 체외 수정
첫째, 체외수정의 경우 최소한 50%이상의 낙태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는 자궁 착상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번에 4~5개의 수정란을 배양, 자궁에 주입하게 되는데 5개가 모두 착상되는 경우 원하는 1~2개 배아외에는 초음파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북대의대 김상식 교수(42ㆍ산부인과)가 체외주정으로 임신된 4쌍둥이(6주)중 선별적으로 낙태를 시켜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둘째, 컴퓨터정액분석기로 정자를 검색, 우생학적으로 수정을 유도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개조된 인간을 탄생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기술이 남용될 경우 기형아 출산을 우려하는 정상적인 부부에게까지 체외수정이 길을 열어 주는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셋째, 체외에서 수정된 잉여수정란이 함부로 폐기되거나 유전자 변조 및 동물자궁내의 착상 등 반생명적인 실험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학협회」는1983년 통해『인공적으로 처리한 태아를 모체에 되돌리지 않는다면 「클로누스」 (무성생식에 의한 인간복제)를 만들거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위험한 시도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수정란은행(ZygoteBank)까지 생기고 있어 냉동보관중인 수정란이 결혼하지 않고 아기만을 원하는 미혼여성에게 제공될 경우 「아버지 없는 아기」가 탄생할 위험성도 있다.
넷째, 부부의 관계를 넘어 비배우자나 정자은행(Sperm Bank)에서 사온 정자나 난자와 결합함으로써 직계의 파괴와 부부관계의 단절 등 기이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비배우자로부터 정자를 얻어 대를 잇는 방법은 국내에도 성행되고 있으며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시 최정애씨(35ㆍ가명)의 남편이 아내 몰래 형수에게 정자를 제공, 체외수정을 시켜 심각한 가정파탄을 초래한 사건이 발생한바 있다.
■ 대리모
대리모(代理母)란 남편의 생식능력은 완전한데 반해 부인이 난관협착이나 난소기능장애 등으로 임신이 불가능할 때 채택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대리모는 인공주정과 체외수정이 극단적인 양상으로「낳은 엄마」와 「유전자를 제공한 부모」가 이분화되는 심각한 분열현상을 낳고 있다.
첫째, 대리모제도는 아기출산을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계약적인 매매행위로 전락시켜 출산을 기업화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모성애가 유전자를 제공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임신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임을 고려할 때 친자권에 따른 법적 소동은 물론 포기하는데서 오는 대리모의 심적 타격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이를 낳은 사람이 친부모가 될수 밖에 없어(민법844조) 태어난 아기가 본래의 부모밑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양자입적형식을 빌려야하는 법적문제가 따른다.
둘째, 친부모가 아닌 이상 올바른 태교(胎敎)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출산된 아기의 정상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언니나 시누이등 친족중심으로 1백여건 이상의 대리모임신이 행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사실상 태아의 친족관계가 엉망으로 얽혀있어 적지않은 윤리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의학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교회의 입장
가톨릭교회는 1981년 호주「프랭크 리틀」대주교가 시험관아기 기술에 대해 밝힌 바와 같이『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모든 인공출산을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1987년 2월 22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반포한 훈령「생명의 선물(Donum vitae)」은 태아성감별과 배아에 대한 실험, 체외수정과 조작적 인공수정 등 생명의 영역을 위협하는 첨단의학의 기술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교회가 권유하고 있는 사항은 바로 인공출산의 기술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자녀입양」이다.
첫째, 교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하며 순수한 치료목적이 아닌 이상 어떠한 낙태행위나 조작도 반대하고 있다.
둘째, 정자기증에 의한 체외수정은 부부의 자기증여의 결여로서 절대 반대하고 있다.
「생명의 선물」은『아무리 주관적인 선한 의지라 하더라도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으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혼인의 본질은 물론 아이와 부부가 갖는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다.
셋째、「생명의 선물」은『대리모는 아이가 자기 어머니 자궁속에서 임신되고 발달되며 바로 그 부모에 의해 세상에 나와 성장되어야 하는 권리와 아이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인동시에 가정에도 피해를 주어가족의 기본 구성단위인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요소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며 대리모제를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그외에도 잉여수정란의 실험과 태아 성감별등 배아와 태아의 인격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단죄하고 있다.
결국 일단 시동을 걸고 무한질주하는 첨단의학의 기술과교회와의 대립은 2천년대에 더욱 첨예하게 대두될 것이며 이에 교회의 일원인 신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사명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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