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여성들은 바쁘다. 가정성화에서부터 사회복음화까지 여성들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는 참으로 무겁다. 그러나 교회는 여성들에게 막중한 역할에 대한 책임만을 강조할 뿐 그만한 대접은 하지 않는다. 이에 2차례에 걸쳐 교회안의 여성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에서는 교회안에서 여성이 갖는 역할과 위상에 관한 것이며 (하)에서는 지금 교회의 밑거름으로써 작용한 여성들의 활동과 앞으로의 전망을 엮는다.
교회안에서 여성은 아직도 보충역인가?
실제적으로 여성은 교회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넘치도록 수행하고 있지만 그 위치는 아직도 확고하지 않다.
교회 구성원의 60%가 여성이며 이들이 복음화의 기틀이라 일컬어지는 소공동체모임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하면서도 교회안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회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참 많아요. 본당 청소 봉사 바자회 구역모임 주일학교 교사에서 최근 환경 및 생명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펼쳐야 할 일은 산더미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본당의 모든 일이 여성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자가 한 여성사목위원을 만나기 위해 서울 ㅅ본당을 찾아간 날에도 사목회 부회장이라는 그 여성은 몇몇 여성임원들과 커피자동판매기를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여성사목위원은 본당 여성단체가 자동판매기를 맡아 운영하면서 얻어진 수익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고 본당 여성단체 지원금으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 푼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당신축 할 때 자판기 운영이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지요. 그러나 여성들이 사업을 벌이고 돈을 모으고 하면서 나서는 것을 본당 신부님이나 다른 신자들이 별로 좋게 보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신경을 쓰게 됩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이 무언가 앞장서 일해보려고 하면 항시 따가운 시선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해 가고 있는 현 추세에도 불구하고 교회내에선 여전히「암탉이 울면 재수가 없다」는 구시대의 속담이 건재하기만 하다. 사회안의 잘못된 제도적 관습이 교회안에서 더욱 뿌리 깊게 자리잡음으로써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들조차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아예 타종교 단체나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한국 천주교회는 이조사회의 가혹한 여성속박의 관습속에서도 과감하게 남녀 평등사상을 심어주고 이를 실천했다. 그 당시 억압과 통제를 받던 여성들은 천주교를 해방의 복음으로 받아들였고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회장으로서 강완숙 골롬바 순교자가 활동했었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면서 교회가 체계를 갖추고 사회안에서 급속한 세력을 심고자 사회제도 및 관습에 크게 적용함으로써 남존여비 사상이 교회안에서 자리를 굳히게 됐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여성들은 해방의 복음을 확신하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나마 교회활동에 참여,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며 신심을 쌓아갔다.
그러자 이러한 여성의 활동은 곧 교회의 여성화라는 우려로 대두되었고 사목자들은 우선적으로 남성을 교회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장태식 신부(인천 여월동본당 주임)는『여성들은 교회안에서 많은 신심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만 남성들은 사회생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신앙생활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전제하면서『남성들을 교회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한 사목적 배려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다 보면 여성들은 항상 교회안에 있으면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안에서 여성의 소외현상이 가장 심한 단체는 바로 사목회다. 본당의 모든 행정을 결의하고 결정하는 사목회 안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은 단편적이나마 교회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
최소한 1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사목회안에 여성은 사목 부회장 1명, 여성분과 1명, 합해서 고작 2명인 본당도 많은 현실이다. 사목회 뿐만 아니라 평신도 사도직 제 단체에서 여성의 비율은 너무나 미약하다.
이런 점에서 교회안의 여성들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결정권이 없는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장 신부는『교회안에서 발언, 투표권, 결정권이 없는 곳에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권력이 행사되는 곳에는 여성이 없다. 남성들은 생각하고 여성들은 기도한다』는 인용의 말로 오늘날 교회안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꼬집는다.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수도자가 대다수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수도자의 위상이 여성 평신도 위상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교회에서 활동하는 여성단체장들은 한결같이『성직자와 수도자간의 상하지시 관계, 그저 지시에만 따르는 수도자들의 수동적인 행동을 평신도들 또한 그대로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교회안에서 여성이 올바른 위상을 정립하고 결정권을 갖기 위해서는 수도자의 역할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평신도 여성들과의 상호간에 협력하는 자세가 정립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 교회안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비단 잘못된 의식이나 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도 여성이면서 평신도 여성의 활동과 지도를 무시하거나 경계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지도자들의 능력이나 자질부족의 문제도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여성들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
여성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강좌가 본당 및 단체주최로 마련되곤 했지만 늘 신심적인 면을 강조했을 뿐 지도자적인 자질과 능력을 배양하기에는 부족했다.
『남성들은 직책을 맡으면 임기동안 무언가 한 가지 이뤄볼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렇지 못해요. 사업을 벌리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만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교육은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요즘 여성단체에는「장」자리를 맡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여성들 스스로 뒷전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저 보이지 않는 희생을 실시하며 자기만족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계속돼온 여성의 올바른 역할과 위상 찾기는 어떤 기구를 세우거나 제도를 마련하는 단편적인 방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안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만큼 제대로 인정을 받으려면 가부장적 제도 철폐, 기존방법에서 탈피하려는 성직자, 수도자들의 용기와 평신도 여성들의 주체적인 모습들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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