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신약성서가 말하는 세계종말
루가17, 22-24에서 예수는 함부로『세상종말』이나『그리스도의 재림』등을 주장하여 착실하게 믿는 이들을 현혹시키는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고 있다:『그리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인자의 날들 가운데 하루라도 보고자 열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보라, 저기 계시다」혹은「보라, 여기 계시다」하고 말하더라도 여러분은 물러가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시오. 사실 번개가 하늘이 끝에서 번쩍하면 하늘 저 끝까지 비치는 것처럼 인자도 그렇게 나타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이 세상 한가운데 도래해 있다는데 대한 진술을 신약성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느 구절보다도 강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표현된 곳은 루가 11, 20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이라 하겠다. 희랍어 본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악귀들을 내쫓고 있다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여러분에게 도래해 있습니다』
이같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하느님의 궁금적 다스림-하느님 나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진술은 곧 신약성서의 본질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그분을 떠나서는 누구도 구원에 이를수 없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요한 14, 6:1베드2, 1-10참조). 이러한 말씀에 비추어 볼때 우리가 그분의 구원의 손길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안에서, 인류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인지할 수도 있다. 곧 이 깨어진 인류역사안에로 그분의 손길이-신약성서의 표현을 빌리면「하느님 나라」가-이미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이들의 삶 안에 실재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이미 도래한 그분의 나라는(루가11, 20)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신약성서는 말한다. 『여러분은 마지막 때에 드러나기로 되어 있는 구원을 얻도록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능력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1베드1, 5)그리스도의 인류역사내적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사건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은-그분의 구원의지는-아직 종착역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곧 궁극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신약성서는 말해주고 있다. 『아담안에서 모든이가 죽듯이, 그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안에서 모든 이가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각기 자기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다음은 그리스도의 내림때에 그분께 속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께서는 일체의 지배와 일체의 권력과 일체의 권세를 쳐없애고 나서 그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드릴 것입니다…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것이 되실 것입니다』
맺음말
여기서 우리는 뚜렷이 결론지을 수 있겠다. 성서가 말해주는 세상의 종말은 인간의 손이나, 사람의 머리로 계산해 낼 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동시에 우리가 흔히「세계종말」이라고 표현하는 말은-신약성서를 따를 때-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어떤 순간적인 사건같은 것이 아니라, 점차로 완성되어가는 것임을, 그리하여 결국 그리스도 안에 이를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아울러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질 이러한 세상완성(1고린15, 20-28)은 인류역사내적인 사건이 아니므로, 우리의 과학적인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초자연적, 초역사적 사건임을 알아야 하리라. 그러므로 근자에 와서 시대가 혼란해짐을 틈타 이렇게 또는 저렇게, 아니면 이때에 또는 제때에 이 세상이 끝장이 나리라는 등의 주장이나 외침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신학의 바탕으로 삼는 신약성서나 구약성서에 따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가 어느때에 어떻게 완성될지, 달리말해 예수 그리스도가 언제 어떻게 우리를 맞으러 나타날지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해와 달과 날짜와 시간 등을 계산하려 한다면 이는 성서의 근본정신을 깨닫지 못한데서 나오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그리고 인간의 생각에 부합하는 그러한 방식대로가 아니라, -인류역사내적인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뛰어넘는, 그래서 우리 자연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떠나서는 한치도 살아갈 수 없는 지구촌의 인간의 상상과 계산을 훨씬 뛰어넘는 그러한 차원에서-그분 나름대로의 생각과 그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당신이 창조하시고『좋다』고 보신 이 세상을 완성하실 것이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다. 너의 길은 너희 길과 같지 않다…하늘이 땅에서 아득하듯 나의 길은 너희 길보다 높다.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이사55, 8-9).
이같은 이사야 예언서에 근거하여 바울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오!하느님의 부요와 지혜와 지식의 깊음이여!정녕 그분의 판단은 헤아려짐작할 수도 없고 그분의 길은 더듬어 찾아낼 수도 없도다!실상 누가 주님의 생각을 알수 있으리오?혹은 누가 그분의 조언자가 될 수 있으리오?』(로마11, 33-34), 그분의 피조물인 사람들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그분 자신의 뜻에 따라서 그분 자신의 속성에 걸맞게『하느님께서는 모든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1고린 1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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