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전국 각지에 열풍처럼 확산되고 있는「92년 시한부 종말론」이 교회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본보는 시한부 종말론의 실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고려대 종교사회학과 노길명교수의 고려대 종교사회학과 노길을 통해 92년 종말설의 산학적ㆍ사회학적 의미와 전망을 수희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열풍처럼 확산되는 「92년 종말론」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종말론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역전 광장이나 버스 터미널 지하철에서는 물론, 대도시의 번화가에서는「92년 10월 28일 휴거」「92년 예수님 공중재림」등 세상 종말을 알리는 전단들이 대량으로 배포되고 있으며, 서점가에서는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하늘 문이 열린다」「휴거」등 종말론과 관련된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또한 「예수님 곧 오십니다」「10월 28일 예수님 공중재림」등의 표어가 적힌 스티커나 플랭카드를 부착하고 다니는 차량들도 점차 늘어나고있다. 가히, 한국사회 전체가 종말론에 넘쳐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92년 종말설은 이제 일부 신흥종교에서만 논의되는 일종의 사투리가 아니다. 그것은 핵분열과도 같이 자체 재생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사회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몇몇 종단에서만 운위되던 92년 종말설은 이제 다미선교회, 다베라선교회, 갈릴리선교회, 살롬복음선교회, 마라나다선교회, 다니엘선교교회, 셀라단선교회, 예수휴거선교회, 서머나교회, 온 누리교회, 반석순복음교회, 천현교회 등 약80여개에 달하는 종단에서 핵심 교리로 강조되고 있다.
이들 종단들은 개신교계 신흥종단들이지만, 전도지의 대량 살포는 물론,「92휴거폭발대성화」「종말복음부흥사경회」「신부단장을 위한 매일 밤 칠야예배」등 각종 집회를 개최하면서 그 영향력을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미선교회와 다베라선교교회 등 일부 종단들은 대학가에서도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미국, 일본, 필리핀, 캐나다, 구라파, 중남미 등 세계각지에 지부를 설치하면서 주로 해외교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선교활동을 전개하기도한다.
92년 종말론 자들은 92년에 예수님께서 공중에 재림하실 것이며, 그때에는 성도(聖徒)들이 하늘로 들어올림(이것을 휴거라고한다)을 받아 예수님과 함께 천국에 들게 될것이고, 이 세상에는 적(敵)그리스도가 출현하여 세상을 통치하는 7년간의 대환난이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천국에 들어올림을 받기위해서는 자기 종단에서 주는 인침(人針)을 받고 전도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실정에 비추어 본다면, 분명 90년대 한국종교계의 새로운 특징은 시한부 종말론의 열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한부 종말론이 확산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적 역기능과 각종 폐해에 있다. 92년 종말론 말려들어 학업이나 직장을 포기하거나 전도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가출하는 사례들은 이제 비일비재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곧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게 될것이라고 하여 자신의 재산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일부 92년 종말설 신봉자들은 몸이 무거우면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기 어렵다고 하여 임신중의 태아를 유산시키는 어처구니 없는일을 자행하기도 한다.
92년 종말론은 개신교계 신흥종단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부 개신교계 기성교단에서는 물론, 최근에는 가톨릭일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교회내외적으로 튼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모본당의 기도모임에서도 92년 종말론은 강조되었던 것으로 이미 보도된바 있었으며, 일부 평신도들끼리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성서연구그룹들에서도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성서해석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92년 종말설을 신봉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종말론에 빠져들어 가톨릭을 등지고 이들이 신흥종단으로 개종하는 경우들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계 모 고등학교에서는 곧 닥칠 7년 대환난과 심판을 두려워한 여학생이 자살하는 사건가지 있었다.
최근, 교회당국에서「종말론 강좌」「요한묵시록 강좌」등 여러형태의 신앙강좌를 개최하여 신자들에게 올바른 종말신앙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대응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신자들이 92년 종말론자들의 주장과 그 오류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서는 우선 92년 종말설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92년 종말설의 신학적 토대를 살펴본다음, 92년 종말설의 근거로 이들이 내세우는 성서해석, 소위 적 그리스도의 출현과 666의 정체, 예수님의 공중재림과 휴거(携擧)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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