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가족들과 함께 밤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점심을 해먹기로 했습니다. 물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아 주워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물어보니 올갱이를 잡는다고 했습니다. 이사람들은 다슬기를 올갱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미 상당히 많이 잡았습니다. 아직도 다슬기가 자라고있는 냇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런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부인들이 밥을 짓고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말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세수와 면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줄곧 이 생각 저 생각 다슬기 생각만 했습니다. 「저 다슬기들이 언제까지 이곳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인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 즉시 황폐하게 만들어 버릴텐데…」옛날에 저것을 주워 소금 약간 넣고 익혀서 탱자나무 가시로 속속 뽑아먹던 생각을 하니 입에서 군침이 돌았습니다.
어떤 것은 괜찮은데 어떤 것은 모래처럼 바스락하고 씹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모래가 아니라 올갱이 새끼들입니다. 이 새끼들이 어머니 뱃속에서 어머니의 살을 파먹고 자라다가 어머니를 다 먹고 밖으로 나오면 각각 한마리의 다슬기가 됩니다. 빈 껍질만 남은 엄마는 개울물에 둥둥 떠내려 가다가 어느 모래밭에 파묻혀 버리겠지요.
엄마를 먹고 자란 새끼들은 또 꼭 같은 방법으로 제 새끼를 낳은 다음 흔적도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새끼들은 제가 어떻게 해서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미의 살을 먹고 자라서인지 어미와 꼭 같은 방법으로 새끼를 번식시킵니다. 자신이 빈 껍질만 남을 때까지 뱃속에 새끼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미물에게서 모성의 모범을 보는 것 같아 만물의 영장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안락한 삶을 위하여 자녀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실수해서 생겼을 땐 가차없이 처리하는 만물의영장들! 「저 다슬기를 잡아 먹거들랑 그들도 새끼 다슬기들처럼 살아갈 줄이나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다슬기를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 살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냇물을 내려다 보는 순간, 머리 감고 면도하고 양말 빨아 비누로 더러워진 물이 내 앞에서부터 멀리까지 흘러내려 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제사 내 자신이 부끄럽고 다슬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디」(다슬기의 사투리)전문 식당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다슬기를 양념에 묻혀도 주고 들깨가루를 넣고 국도 끓여 주었습니다. 아주 맛도 있었고 또 몸에 좋다고해서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어디에 무슨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손님이 몰리고 붐빈다고 합니다. 몸에 좋은 음식이 어디에 있다면 불원천리 물어물어 찾아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입맛에 맞고 몸에 좋다면 그만입니다.
음식은 체질을 변화시킵니다. 「고디」전문집을 찾은 손님들도 이 음식을 먹고 이들도 체질이 변회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몸에 좋은 것을 먹어서 건강한 체질의 되는 것 뿐 아니라 「고디」를 먹고 「고디」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놓을 줄 아는 정신적 체질 말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에 그리스도가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놓았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살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게 하셨습니다. 크리스찬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먹는 사람들은 체질이 그리스도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살아야 합니다.
또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수고하는 노력이나 돈은 아깝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번 주일날 미사에 참석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영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한 적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육체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는 비싼 대가라도 쉽게 치루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는 상당히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렵지 않은 손님과 함께 편안한 외식을 한번 하는데 얼마를 지불하는지 생각하면 계산은 쉽게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성체성사의 포도주는 그냥 사용하더라도 빵을 좀 입맛에 맞게 만들고 양도 요기가 될만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내 개인 생각에는 빵 대신에 다른 음식을 사용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는데… 예를 들면, 밥과 「고디」국은 어떨까요? 포도주보다는 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일텐데!… 실례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