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량… 본당들은 어떻게 대처하나
낡은 건물 고쳐 에너지 샐 틈 막고 재생에너지 사용에도 적극적
■ 안양대리구 군포본당
단열 위해 본당 전체 리모델링
전기요금 절감·환경 보호 효과도
■ 성남대리구 산북본당
교육관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설
생산한 전기 한국전력에 팔기도
재생에너지 사용 교구 전역서 늘어
교회 가르침에 적극 동참 중요
산북성당 교육관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각 성당의 에너지 소비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구 내 본당들은 어떻게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성당 냉난방을 위해선 사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당 천장이 높고, 많은 신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넓은 공간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스테인드글라스 등 창문도 많다. 게다가 1990년대 이전에 지은 성당 중에는 단열과 방풍을 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성당 리모델링을 4차례 진행한 바 있는 다솔 건축사무소 이성배(요셉) 소장은 “1980년대에 지어진 대부분의 성당들은 에너지 측면에서 취약한 구조”라면서 “특히 천장은 열전도율이 높고 창문과 문 틈새로 바람이 새어들어,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손실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단열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의 활용이다. 이런 방법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절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당공동체가 교회의 가르침에 동참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건축과 개조”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화석연료를 대체해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안양대리구 군포본당(주임 이용화 신부)은 성당의 에너지 손실을 리모델링을 통해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리모델링을 마친 본당은 단열이 잘되는 소재로 천장을 바꾸고 외벽에는 우레탄 소재로 단열 처리를 했다. 또 기존 스테인드글라스는 그대로 살리면서 창문틀을 PVC로 교체하고, 문도 틈새가 없는 문으로 교체해 성당을 바람이 새지 않는 방풍실로 만들었다. 조명도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LED등으로 교체했다.
본당 박종천(베드로) 사무장은 “예전엔 회합실·교리실에 냉·난방이 안 되고 성당은 겨울에 난방을 해도 추웠다”면서 “리모델링 이후에는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훈훈할 정도로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성당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땅속과의 온도차를 이용해 냉난방 비용을 줄이는 지열시스템을 사용한다. 교구 영성관에는 태양열집열판을 설치해 태양열로 온수와 난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시설들도 효과적인 재생에너지이기는 하지만 이미 완공된 성당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반면 태양광발전은 비교적 손쉽게 설치할 수 있으면서도 전력생산 효율이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용인대리구 송전본당(주임 양기석 신부)은 2015년 11월부터 6㎾ 용량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 시설은 그늘 휴게공간으로도 사용하기 위해 그다지 효율이 높지 않은 방향에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월 10만 원 이상 절감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성남대리구 산북본당(주임 김기창 신부)은 6월 11일, 교구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사회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축복식을 열었다.
본당은 교육관 지붕 위에 18㎾ 용량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있다. 전기판매대금 외에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매월 5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산북성당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써니엘파워 김영필(루도비코) 기술이사는 “불과 10여년 전에는 태양광 시설의 효율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효율도 높아지고 수명도 길어졌다”면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나온 전기를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정부정책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송전본당의 태양광발전시설. 그늘 휴게공간으로도 활용하면서 월 10만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있다.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한 리모델링을 마친 후 올해 1월 군포본당에서 봉헌된 ‘환경개선공사 감사미사’.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