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를 읽는 동자들이 가장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은 마귀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일 것이다. (대목94참조). 그것은 마귀론이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따라서 그 실체에 대한 생각이 난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대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복음서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성서시대의 마귀론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성서에서 사탄 (=원수), 악마, 악령 더러운 영, 또는 마귀 (=무고자) 등 학문적인 상고대 (上古代) 의 이교도문학에서 차용한 말들로 이 말들을 성서에 사용할 때는 하느님의 구원계획과 상반되는 영향력의 소유자로 한정하여 썼다.
하느님을 선한 신이라면 그와 대등하게 악신의 뜻이로 성서에서는 피했다. 왜냐하면 선신과 악신의 이원론 (二元論)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구약성서에서는 사탄을 하느님의 피조물인 천사들과 같은 위치에 놓아 하느님의 계획을 수행하는 천사와 이를 방해하는 악천사 즉 사탄으로 구분하였다.
외경 (外經) 또는 위경 (僞經) 구약성서 (예: 에녹서) 에 따르면 사탄은 본래 주 야훼의 천상법정에서 지상의 정의를 수호하는 검사천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탄은 본래 악을 응징하는 「복수의 천사」 또는「고발자」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욥서1~2장: 즈가 3, 1~2) .
그러던 응징의 천사는 하느님을 모반하여 하느님의 계획을 방해하는 천사로 변하였고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악마로 변하였다. 그의 첫번째 악행은 하느님의 창조물인 첫 인간을 범죄케 하여 멸망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세3, 1이하: 지혜2,24). 그후부터 그는 인간을 속이는자로 (창세3, 13 : 로마7,11:묵시12, 9:20, 8) ,살인자 (요한8, 49) 로 불리우며 인간의 행복을 시샘하여 방해하는 자로 성서에서 굳어졌다.
그의 시샘은 욥기에서 하느님의 사람 욥이 잘못되기를 바라며 그가 멸망하기를 간절히 바랬다(1~3장). 이스라엘민족의 유적생활 이후 그들이 저지른 온갖 죄악과 이에 따른 재앙을 사탄의 장난으로 보면서 털이 텁수룩한 반인반수(半人半獸) (이사13, 21: 34, 12), 밤의 악마 (이사34, 14)란 뜻으로 릴랏, 무용지물이란 뜻으로 베엘제불 (열왕하1, 2)또는 벨리알 (잠언19, 28: 나흠1, 11)등으로 불리면서 세상에 온갖 해악을 뿌리를 마귀(diabolos) 들의 우두머리로 인식되었다.
그들의 거처는 황폐한 곳이나 폐허이며 성서에서 흔히 언급되는 광야에서 사는것을 몹시 좋아한다 (레위16, 10: 이사13, 21: 33, 14). 신약성서에는 무덤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마르5, 3) 예수한테서 추방당한 다음 돼지떼 속으로 들어 가 함께 바다로 빠졌다는 것으로 보아 바다를 최종거처로 생각했다. 바다는 심연(深淵)즉, 성서용어로 아비쑤스 (암흑의 세계)로 상징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대목의 악령이야기를 이해하면 좀 납득이 갈것이다. 악령이 어떤 사람 안에 들어 있다가 그에게서 나와서 쉴곳을 찾았다는 말은 인간이 겪는 온갖 질병과 불행과 재앙을 끼치기 위하여 악령이 인간사회에 숨어든 결과라고 생각한 구약 성서시대 유대아인들의 사상이었고 그가 쉬는 곳은 더러운 높지대광야라는 전통적인 관념의 표시이다.
여기서 악령에 대한 예수의 말씀은 앞서 말한 대로악의 세력에 대한 예수의 승리라는 개념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세사업의 성공을 말하려는 숨은 뜻이 깔려 있다. 이 사상은 복음서 전체에 흐르는 밑물결이며 사도시대에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힘주어 말한 바이다 (히브2, 14:Ⅰ요한3, 8 :Ⅰ고린15, 24~28 : 골로1, 13이하) .
복음서에서 여러 번 말한대로 사탄은 하느님의 원수이지만 (마태13, 39: 마르4, 15)우리들 그리스도교인들에게도 구원을 가로막는 원수로서 옛날과는 다른형태로 나타나는 마귀이다. 그래서 사도들은 늘 이 마귀와 싸울것을 격려하였다 (Ⅰ데살2, 18 :Ⅱ고린12, 7~10 : Ⅰ베드5, 8 :Ⅰ데살3, 5 :Ⅰ고린7 , 5).
그러니 한번 악령에게서 벗어났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그가 또 다시 들어 올 것이다. 그가 나간 마음에 우리 마음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채워 놓지 않으면 악령에게는 텅 빈 집과 같아서 다시 들어 온다.
그런데 다시 돌아 온 악령이 가서 더 흉악한 악령일곱을 데리고 온다고 했는데 이것은 무슨 소리인가. 그것은 구약성서 신명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성역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받게 될 일곱가지 재앙을 후계 유대아인들은 「일곱 마귀」라고 부른데서 온 경고이다.
온갖 종류의 재앙ㆍ경고를 내리신 가운데 (신명28, 15이하) 『너희가 하느님을 저버리고 못할 짓을 했으니…야훼께서 폐성과 열병과 염병을 내려 너희를 치시고 무더위와 가뭄과 열풍을 몰아오고 곡식에는 곰팡이병을 일으켜 너희를 치실 것이다』.
이제 예수께서 메시아로 오셔서, 악의 세력을 몰아내고 세상구원의 이 복음으로 마음을 채우지 않으면 과거에 받던 재앙의 일곱 곱절로 불행을 당하게 될 것이다라는 경고로 이 대목을 받아 들여야 한다.
한 사람에게 들었던 악령이야기는 집단적으로 예수 당시의 불신의 세력 즉 악한 세대에서 해당된다.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듣고 눈이 실만큼 본 예수의 말씀과 행적에도 불구하고 끝내 믿으려 하지 않는 이 세대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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