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에 세상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는 종단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 하나는 성서해석적 입장이고、다른 하나는 계시적 입장이다.
성서해석적 입장에서는 성서상에 나타난 여러 사건들과 말씀의 내용들을 검토함으로써 세상종말의 시간과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예언한다.
이들이 특히 검토하는 성서는『다니엘서』와『요한묵시록』과 같은 묵시문학과『창세기』이며、그 해석방법은 성서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자적 해석방법이다.
한편、계시적 입장에서는 종말의 시간을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은자들이란 거의 모두가 10대의 청소년들이다. 예를 들면、다미선교회에서는 진 모군을、다베라선교교회에서는 하 모군을、그리고 성화선교교회에서는 권 모양이다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계시를 받았다는 이들 청소년들은 신봉자들로부터「소년 선지자」「어린 종」등으로 불리운다.
그러나 성서해석적 입장과 계시적 입장이 엄밀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주장내용들을 비교해보면、양자간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개신교 신학의 한 조류인 세대주의 (Dispensationalism) 로 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대주의란 19세기 중엽영국 성공회에서 분리하여 프리머스형제단 (the Plymouth Brethren) 을 세운 아일랜드 출신의 다비 (John Nelson Darby, 1800~1882) 비롯된 신학사상이다. 다비는 칼빈주의 신앙에 의한 성서중심 주의를 강조하면서、구원이란 율법주의적인 삶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성직자제도와 교계제도를 거부하면서 철저한 평신도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한편、예배의식에서도 음악과 형식을 배제하고 성찬의식도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집전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 종교운동은「한국기독교동신회」라는 명칭으로 한국에 전래되었지만、그 교세는 현재 미미한 상태에 있다.
다비는 인류의 역사를 율법시대와 은혜시대로 구분하면서、율법은 이스라엘에만 주어진 것이고 은혜는 교회에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율법시대가 아닌 은혜시대라고 강조하는 한편 사도를 이후에 나타난 모든신학사상과 교리들은 거짓된것이고 자신에 의해「재발견된 진래」만이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다비의 이러한 신학적 입장은 그후 미국출신의 스코필드(Cyrus Ingerson Scofield’ 1843~1921)에 의해 계승되고 체계화됨으로써 세대주의 신학으로 확립되었다.
스코필드에 의해 체계화된 세대주의 신학사상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이 신학사상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일곱 단계로 나누면서、하느님께서는 각 시대마다 사명을 부여하셨지만 인류가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다음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으며、그에 따라 하느님께서는 새 시대에는 맞는 새 구원방법을 제시해 주셨다고 강조한다.
세대주의자들이 구분하는 7세대란 ①무죄시대 (인간의 창조부터 원죄를 범하기 직전까지) ②양심 시대 (원죄를 범한 때부터 노아홍수까지)、③인간통치시대 (노아홍수부터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을때까지) ④약속시대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은 때부터 모세가 율법을 받을 때까지) ⑤율법시대 (모세가 율법을 받은 때부터 예수의 공생애까지)、⑥은혜시대 (예수의 공생애부터 예수의 재림 때까지)、⑦왕국 시대 (예수 재림이후의 천년왕국시대) 이다.
둘째로、세대주의 신학에서는 하느님께서 두 개의 다른 백성에게 두 가지의 다른 구원방법을 주셨다고 강조한다. 그 한 백성은 땅의 백성으로서 지상의 목적과 관련된 이스라엘이며 다른 한 백성은 하늘의 백성으로 천상의 목적과 관련된 교회라는 것이다.
셋째로、이 신학사상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 연기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입장에서는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강생하셨지만、이스라엘 민족이 그를 믿지 않고 회개하지 않음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 재림 때까지 연기되었다고 주장한다.
넷째로、세대주의 신학에서는 예수의 재림을 이중재림으로 설명한다. 이 신학에서는 그리스도 재림의 첫 단계를 공중재림으로 부르면서、이때 예수는 땅위에 완전히 강림하시는것이 아니라 공중의 일정지점까지 내려오시며 이 공중재림시 죽음에서 부활된 의인들과 지상의 변화된 신도들은 공중으로 들림을 받아 예수를 공중에서 영접하여 함께 하늘로 올라가 7년동안「어린 양의 혼인잔치」에 참여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지상에서는 7년간의 대환난이 나타나 잔인한 통치를 하게 되는데、이 때가 바로 이스라엘민족의 회개기간이라고 설명한다. 이 신학에서는 7년 대환난의 마지막 때에 예수는 하늘의 교회와 함께 영광중에 다시 재림하여 적들을 멸망시키고 천년간의 통치를 하시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신학사상은 시한부 종말론의 등장과 그리스도계신흥종교의 교리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인간에게 부여된 책임분담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다음 시대로 연장되었다는 통일교의 주장이나、교회시대의 종말과 이스라엘의 회개 및 시한부종말론등 강조하는 성령쇄신봉사회(교회인가의 단체가 아니라、과거 가톨릭의 평신도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이탈한 공영길이 세운 신흥종교) 의 주장 등도 이 세대주의 신학사상과 상당한 유사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세대주의 신학자 모두가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중에도 강한 보수주의 경향을 나타내는 신학자들도 많다. 개신교 신학자들도 많다. 개신교 신학자들 가운데는 시한부 종말론을 강조하는 세대주의를 정통적인 세대주의와 구분하여「통속적 세대주의」라고 부르기도한다.
92년 종말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거의 모두가 이 통속적 세대주의에 교리적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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