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 사는데는 취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산 물건은 항상 무슨 하자가 있든지 아니면 비싼 값에 사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산 물건에 대해서도 자꾸만 의구심이 생겨서 재미가 없습니다. 어느날 내가 왜「쟁기를 잡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가?「쟁기를 잡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가?」생각하며 그러니까「물건 사는데는 취미가 없나부다!」생각했습니다.
농부가 쟁기를 잡고 밭갈이를 할때 일이 잘돼가는지 확인도 하고 일의 성과에 대한 보람도 느끼면서 가끔씩 뒤를 돌아봐야 하지만、자꾸 돌아 보는 것은 자기가 지금 하고있는 밭갈이가 힘들고 재미가 없다는 증거입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소풍가는 날은 정했는데 장소를 정하지 못해서 애를 먹다가 결국 산쪽으로 정하고 보니 바닷쪽을 원한 사람들도 불만스럽긴 했지만 결정된 것에는 모두 따랐습니다. 소풍을 가면서도 만일 누군가 바다로 갈껄 그랬다고 계속 불평을 했다면 그날 소풍은 자기도 기분을 잡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하지 못하게 했을것입니다.
더구나 처음에 산으로 가자고 한 사람이 잘못 결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지금 다시 결정하라면 바다쪽으로 손을 들텐데…하고 자꾸 되새긴다면 그날 그 사람도 소풍 기분은 끝장난 것입니다.
하구 종일 석연찮은 일이 자꾸 생기고 그때마다 재미도 없고 산으로 오게 된 것을 후회만할 것입니다. 결혼한 사람이 자기가 선택한 배우자에 대해서 잘 못 선택한 것이 배우자에 대해서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대인의 유모어 사전」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습니다. 여자와 낚시꾼의 공통점은「낚은 물고기는 불평하고 놓친 물고기는 찬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지금의 남편을 배우자로 선택했을 때는 이 남자의 장점을 보고 결정했을텐데、살아가면서 남편의 장점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 부족한 면만 생각하다가、혹시나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를 자꾸 생각하다보니、옛날에 이러 저러한 인연으로 잠깐 만났던 어떤 사람을 기억해내고 그 사람에 대한 여러가지 추억과 함께 지금 이루어지지 않은 자기와의 관계에 대해서 신나게 공상하면서 놓친 고기를 찬양하고、우연한 기회에 누구에게 말하면서「나도 옛날에는 멋진 남자와 결혼할 뻔 했는데 그는 지금의 남편 보다 이런 면에서 월등했노라」고、말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실제 그 인물 얘기에다 평소에 자기가 공상한 소설의 주인공 얘기를 보태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남편에 대해서 불평을 합니다.「놓친 남자 찬양하고 잡은 남자 불평하는」전형적 여자가 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히는 말이 있습니다.「하긴、내가 그사람과 결혼했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낫다는 보장은 없지!」자조 섞인 말과 함께 현실로 되돌아 옵니다. 이런 생각을 자주하면 현재의 남편에 대한 매력을 자꾸 잃어갈 것입니다.
남자와 낚시꾼의 공통점을 생각해봤습니다. 이들은 모두「낚기 전에는 밑밥을 주지만 낚은 다음에는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낚시꾼은 잡은 고기를 제 살림망에 집어 넣고나면 또 다른 고기를 낚을려고 낚시에 미끼를 달아 낚시대를 자꾸 던집니다. 혹시나 더 큰 고기가 잡히려나 하는 기대를 갖고….
그러나 가끔은 터져버린 살림망 구멍으로 잡아 넣어둔 고기들이 다 도망 간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낚시를 끝내고 일어설 때입니다.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낚시에만 열중해 있는 사람은 즉 이런 남자들은 쟁기를 잡고도 자신이 이미 쟁기를 잡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새삼 자신의 최초의 결정에 대해서 소중하다는 의식을 갖고 존중하는 것이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나는 가끔 내가 신부된것에 대해서 잘 못 된 것이 아닌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것이 짜증스럽고 일이 힘들 때와 특히 사람이 힘들 때는 뛰쳐 나가고 싶은 유혹이 생기고 과연 내가 이길을 잘 선택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가끔 어떤 성직자나 수도자들이「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길을 다시 가겠노라」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 그 자신감이 부럽습니다.
나는 나중 일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시 선택할 용기가 없다고 말해야 솔직한 대답입니다. 지금은 다만 내가 이미 쟁기를 잡았다는 의식을 갖고 나 자신의 결정을 내가 존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가려 노력할 따름입니다.
또 우리 모든 크리스찬은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쟁기를 잡은 사람들입니다. 세상살이의 수많은 유혹들、재물에 대한 유혹、권력에 대한 유혹、안락한 생활이나 쾌락에 대한 유혹、그리고 체면、자존심、이기심 같은 인간적인 욕망때문에 그리스도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한가운데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신앙의 이런 위협 가운데 사는 크리스찬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면 그리스도께 대한 매력도 신앙생활의 기쁨이나 보람도 잃어버릴 것입니다. 쟁기를 잡았다는 의식과 함께 뒤돌아 봄 없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자 만이 오늘 복음대로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자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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