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겪은 체험담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조원제씨.
“‘울지마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님이 남수단에 외과적 처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10월, 조원제(요셉·65·수원교구 진사리본당)씨는 10년 이상 운영하던 성형외과를 정리하고 남수단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오랜 소망인 의료봉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곳은 수원교구 사제들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남수단 아강그리알 선교지의 진료소. 가로 4m, 세로 4m의 천막이 전부였던 그곳에서 조씨는 남수단의 환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1~2년 정도 봉사하려 했어요. 그런데 1년 정도 봉사하면서 그곳 사정을 보니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귀국을 늦추고 늦추다보니 4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아강그리알에 의사가 찾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아강그리알뿐 아니라 차로 몇 시간씩 떨어진 먼 곳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왔다. 악어나 하마 혹은 뱀에 물린 환자들, 창에 찔리거나 화상을 입은 이들, 작은 상처였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지경에 이른 사람 등 대부분이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환자들이었다.
조씨는 젊은 시절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기에 많은 경우 직접 치료할 수 있었지만, 안타까움도 컸다. 치과환자에겐 도움을 주기 어려웠고, 전신마취를 할 수 없어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보고도 치료해주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검사장비가 하나도 없어 증세를 듣고 짐작해 치료를 해야 하는 현실에 아쉬움이 컸다.
공소 교리교사 한 명은 다리가 크게 붓는 병에 걸렸지만 곧바로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조씨는 “뒤늦게 검사하니 악성종양이 손쓸 수 없을 만큼 커져 결국 세상을 떠났다”면서 “20㎞ 정도 가면 100명 이상 입원하는 큰 병원이 있지만, 그곳에도 엑스레이조차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남수단에 있던 시간은 하느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 기도도 더 많이 했고, 봉사하면서도 성경 말씀을 많이 묵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