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밤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몰라요.』하자 엄마는 나의 질린 얼굴을 살펴 보시더니 끌어 안으시며『무슨일이 있었니? 말해봐라 응?』하고 저의 대답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절대로. 한참을 망설이며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할수 없이『친구와 싸우다가 친구가 죽었어요』했더니 엄마는 새파랗게 질려 넘어지셨습니다.
심장이 많이 안좋으신데다가 그 소리에 놀라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청심환 한알을 잡수시고 진정을 하셨습니다.
한참의 침묵을 흘렀고 다시 어머니는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우리는 함께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해드릴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엄마를 만나지 맡았을것을….
그래서 엄마를 찾은 것이 후회스럽도록 마음이 아프고 죄송했습니다. 이런것을 운명의 장난이라 하는 것일까요?
23년만에 만나자마자 또다시 생이별이라니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습니다. 사고난지 5일만에 저는 친구집에서 잡혀 수갑이 채워진 채로 구속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이 저주스럽도록 싫어졌고 닥치는 대로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고만 싶었습니다. 구속된날부터 저는 모든것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언행도 짐승에 가깝도록 포악하고 거칠게만 했습니다. 하늘아래 내맘을 알아주고 잡아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죽고싶은 심정뿐이었습니다.
마음은 만신창이로 찢기고 갈라졌습니다. 그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런 심정은 아랑곳없이 한 언론은 구치소안에서의 나의 언행을 낱낱이 보도했고 그 기사를 읽은 담당검사는 항소이유소를 기가막히게 썼던것입니다. 그래서 2심재판에서 장로인 재판장님이 1심에서 무기징역 받은것을 사형으로 치켜올려 선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형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구치소에서 엄마께 다섯번 편지를 드렸고 두번 회답을 받았는데 어떻게 하는것이 엄마를 사랑하는 길일까 고민하다가 이제라도 엄마와의 관계를 끊는것이 엄마를 위하는 길이란것을 알고 편지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수녀님 제가 살아온 23년간을 돌아볼 때, 저의 아버지와 그동안 저를 거쳐간 일곱명의 엄마를 생각할때 연민의 정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 그는 엄마사진이라며 사진한장을 내놓았다. 생모의 처녀때 독사진이었다. 받아본후 도로 건네주면서『엄마의 사진이니까 네가 잘 간직해야지』했다. 그는 머리를 숙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사실 저 말예요. 처음에 수녀님을 만났을때 우리 엄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엄마의 사랑에 한 맺힌 사형수이고 시한부 인생으로서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인데 단 하루를 살다가 죽더라도 최수녀님께 엄마의 사랑을 받다가 죽으면 한이 없겠습니다. 저의 엄마가 되어 주세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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