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성사는 그리스도교 신자인 남녀가 서로 사랑하면서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성사이다. 교회의 칠성사 가운데 다른 성사들은 그것을 받는 사람이 개인적인 것이라면, 혼인성사에 있어서는 결혼을 통하여 한 몸을 이루고 부부로 맺어지는 남녀가 공동으로 받는 성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혼인성사는 남녀가 결합하여 이루는 한 가정공동체를 위한 은사이며, 남편의 역할과 아내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민족과 지방에 따라 중요한 전통으로 내려오는 혼인제도는 그 예식의 형식이 다양하고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그것은 남녀의 새로운 결합을 축하하고, 이 결합을 통해 그 사회의 기본이 되는 한 가정공동체를 이루고 그리하여 종족의 유지와 번식, 자손의 성장을 통해 그 사회나 공동체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의 혼인도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면서 혼인제도는 하느님의 숭고한 섭리에 의해 설정되었음을 부각시킨다. 우선 남녀의 결합 자체가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도 창세기의 말씀 (2, 24)을 인용하시면서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과 또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 (마태19, 5)고 말씀하셨다. 결혼이라는 것은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는 데서 그 결합이 필연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즉 이것은 남자나 여자나 그 홀로는 독립적으로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남녀는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며 삶의 길에 있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고 활동적이며 능동적인 성격이 있고, 여자는 남자에 비해 힘이 약하고 수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기 위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남자는 밖에서의 활동과 노동으로 생계를 위해 일하고, 여자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며 가사 일을 하는 데 알맞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편은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내는 가정에서 자녀를 사랑으로 감싸주며 밖에서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따뜻이 맞아 주며 피로를 풀어주고 새로운 활력을 넣어준다. 그러므로 남편과 아내는 서로 존경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없지만 상대방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보완할 수 있는 정에 고마움을 느끼며 또 그것이 사랑으로 결속되어 그러한 일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하신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혼인은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의 인격적 마당이며, 그것은 사랑을 나누고, 생명을 전달하고 서로 돕고 의지하고 살고자 하는 상호부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혼인으로써 남녀가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육체적인 차원뿐 아니라 정신적 차원을 포함하는 사랑의 일치와 신비적 차원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으로 결속된 가정은 그 가정의 행복뿐 아니라 그것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때 그 가정의 역할이 의미있게 수행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의 혼인은 그러므로 한 남자와 한 여자와의 결합을 원칙으로 하는 혼인의 단일성(유일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일부다처나 중혼, 후첩 등은 혼인의 단일성에 위배되므로 가톨릭교회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혼인은 남녀의 전 생애에 걸친 인격적인 약속이며, 계약이므로 특별히 중대한 이유없이 이혼할 수 없는 혼인의 불가해성을 갖는다. 여기서 중대한 이유란 혼인을 빙자한 간음이나 속임수, 강압에 의한 혼인, 그리고 중대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혼전에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가 나중에 그것이 알려지게 되어 부부간에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결합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경우들로 인해 서로 헤어져야 할 경우에는 교회법원의 공식적인 판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혼을 함부로 할 수없다. 이혼에 대해 묻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에 예수께서는 단호히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 (마태19, 6)하고 말씀하셨다.
혼인은 남녀가 육체적, 정신적 차원을 포함한 전인적인 결합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성사이므로 이 혼인을 성사로서 이루는 주체는 주례사제가 아니라 혼인 당사자 남녀인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가 서로 함께 살겠다고 다짐하는 혼인동의이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 남편)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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