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의 저자 구자룡은 남달리 향토애가 깊다. 그가 쓴 「복사골 우리 동네」를 비롯한 두 권의 시집은 온통 현재 시인이 살고 있는 부천 사랑의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고 산문집 「그대 복사골을 사랑한다면」 또한 그러하다.
향토애가 결여되고 주인 의식이 없이 그저 잠깐 머물렀다가 떠나는, 마치 간이역과 같다는 이 황량한 도시에서 한움쿰 부천의 흙을 보듬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일이다.
시인 구자룡씨의 16번째 시집 「눈 내리는 날은 역곡동으로 가자」는 두터운 안경을 쓴 육중한 체구의 시인의 향토에 대한 진한 사랑이 스며들어있다.
「눈 내리는 날/역곡동에 가면/꿈속을 비집고 들어간/사랑들이/풀폴/샘솟고/밤새/사랑놀이 하던 사람들/벌떡 일어나/눈 뭉쳐 전철 놀이를 한다/서울길 넘나드는 /한숨 때문에」
구자룡 시인은 오늘도 신문과 잡지의 구석구석을 다 뒤적이며 누가 이곳에 새로이 이사를 온 이는 없는가, 누가 직장을 옮겼으며 승진을 하였는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마련해 가지고는 이 거리 저 거리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소식을 전하기에 바쁘다.
제 먹고 사는 일에 눈이 빨개 돌아가는 이 살벌한 판국에 남의 일에 관심하고 애정을 가지는, 마치 촌사람과 같은 풍성을 지닌 이가 바로 구자룡 시인이 아닌가 한다.
<믿음출판사ㆍ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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