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상)에서 교회안의 여성들은 자신의 역할을 넘치도록 수행하고 있지만 그 위치는 아직 확고하지 않다고 전제했다. 여성들이 그동안 펼쳐 온 다양한 활동을 설명하기에 앞서 여성들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갖가지 요인들-가부장적 사회제도, 결정권의 부재, 여성 스스로의 소극적태도-을 강조했다. 이번호(하)에서는 지금까지 교회안의 여성들이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펼쳐온 일련의 활동들을 재검토해 보면서 앞으로 급변하는 현대사회속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다양한 요구와 책임들을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이 실시하고 있는 노력봉사를 하찮은 일로 생각하곤 합니다. 여성들은 스스로「우리가 늘 하는 일인데 뭘」하는 식으로 남성들에게는「여자들이나 하는 일이지」하며 노력봉사를 비하시키거나 잘못 인식해 노력봉사의 진정한 의미가 변해버렸습니다』
김경희씨 (33세ㆍ수원교구 본당) 씨는 레지오 단원으로서 본당 청소, 안내, 음식장만 등의 노력봉사를 가끔식 도맡아 실시하고 있다.
『노력봉사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이나 노력을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행동의 일환이지요. 실제적으로 결정권을 갖지 못한 교회내 여성들이 실시하는 노력봉사는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활동 중에서 엄격히 말해 노력봉사 아닌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교회활동의 근간이 되는 노력봉사는 이제 여자들이 쓸고 닦고 만드는 단순하고도 손쉬운 작업만을 뜻하게 됐다. 넓은 의미에서 사목회 활동이나 공명선거 캠페인 운동이나, 본당 청소나 모두가 똑같은 노력봉사의 일종인데 유독 여성들만이 도맡게 되는 일들을 노력봉사로 인식하고 있다.
「남성의 역할은 여성의 그것과 다르다」는 가부장적인 사회인식 탓이 크겠지만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교회안의 여성들에게는 갖가지 다양한 노력봉사가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쓸고 닦고 만드는 노력봉사뿐만 아니라 가정성화에서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노력봉사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생명문제 환경문제를 주부의 힘으로 적극 대처하기 위한 노력 봉사, 그리고 지역사회 운동과 사회정의 실현에 이르기 까지 여성들의 노력봉사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여성들의 강력한 협력과 힘으로써만이 제모습을 갖추고 생활속에서 실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서 교회내 여성 또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교회안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도래는 지역중심 공동체인 교회의 역할을 증대시킬 것입니다.교회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지로서 자리잡게 되고 그속에서 다양한 지역민들의 욕구와 요구들을 충족시켜주게 됩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안에서 대두될 생활실천운동이나 과제들을 제기하고 이끌어 낼 지도력을 갖춘 교회내 여성이 필요하게 되지요』
서울 YMCA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승정 간사(세실리아ㆍ서울 당산동본당)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적극 나서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생활실천 운동에 참여하고 앞장서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교회안의 여성들은 이미 자신의 삶 속에서 떠오르는 현안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갖가지 생활실천 운동으로 실시해 오고있다.
대표적인 여성단체로서 한국 가톨릭 여성연합회(회장=신남숙)는 최근 사회안에서 시급히 대두된 환경문제를 인식, 여성들의 고유한 영역인 부엌에서부터 환경공유를 추방하기로 결의했다.
일회용 용기나 세제를 사용하지 않기, 시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의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마련하고 지역주민들과 연대, 실천함으로써 지속적인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좋은 비디오보기 운동, 자녀들의 성교육, 소비자 문제, 공명선거 캠페인 등 여성들이 생활하면서 직접 체험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문제들을 표출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여성들의 역할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여성공동체로서 천주교 민주여성연합 준비위원회가 준비작업 활동을 실시하고 있어 앞으로 여성문제, 사회정의, 지역활동가들과의 연대가 적극 이루어질 전망이다. 여성신학모임을 통해 성서를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환경, 탁아 빈민 공동체 운동 등 여성활동가들을 지역별로 모아 서로 연대하는 등 소그룹 모임을 갖고 있는 천여명 준비위의 활동은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됨으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당 여성단체와 지역사회 여성단체가 연합, 여성들이 요구하는 강좌를 마련하는 등의 활동도 간헐적으로나마 실시되고 있다.
『최근 교회내에서 실시한 낙태반대 서명운동, 자연주기법 운동 등도 여성들이 적극 실천해야 할 생활실천 운동이며 이러한 활동들을 여성들이 가정에서부터 지역으로 확대시켜 나감으로써 사회여론화 되고 그 속에서 여성의 힘과 목소리를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다양하게 요구되는 여성들의 노력봉사가 제자리를 찾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지도자의 능력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따르는 여성 조직의 재정비와 강화, 지역단체와의 유대 등을 통한 다양한 교류 등도 적극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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