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생필품이 필요할 때, 혹은 입이 심심해서 요깃거리를 먹고 싶을 때 누구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곳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의 사전적 정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 주로 일용 잡화, 식료품 따위를 취급하는 곳’이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이 익숙한 곳을 배경으로 한 에세이집이 있다.
강경란(데오파니아·41·서울 가회동본당) 작가가 펴낸 에세이집 「달콤한 외상」(208쪽/1만1000원/해드림)이다.
제목부터 어디선가 달달한 단내가 풍겨오는 것 같다. ‘달콤하다’와 ‘외상’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저자가 포근한 목소리로 읊어주는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없이 달콤하다. 그리고 유쾌하다.
저자는 “창덕궁 근처 편의점이라는 입지적 조건에 따라 많은 이들을 만난다”며 “편의점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따뜻하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들려주고 싶다고 책을 집필한 이유를 밝혔다.
책은 ▲하나-밥이냐 군것질이냐 ▲둘-다정한 손 ▲셋-약은 약이다 ▲넷-먹고 또 먹고 감사하기라는 네 가지 주제 아래 저자가 만났던 손님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뿜는 창덕궁 근방에서 갖가지 물건들을 채우고 오는 이들을 맞는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성해진다. 외국인 손님에게 날계란과 구운 계란을 혼동해서 줬던 일, 자주 들러 얼굴이 익은 단골손님들의 이야기, 사랑에 빠지고 또 이별하는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눠야 함을 늘 생각한다. 또 사랑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책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들이 그려져 있다. 특히 편의점 점주로 일하는 저자가 가진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장 진하게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편의점이라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선사한다.
“경쟁이 일상화된 요즘 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하는 것처럼 팍팍한 일상, 가뭄의 단비 같은 달콤한 정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