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순교복자수녀회 서양자 수녀는 유교적인 엄격한 계율을 바탕으로한 이조시대에 선교사와 교우들에게 행해진 형벌의 배경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다룬「이조시대 사제ㆍ교우 행형(行刑)문제」와 신주를 살아있는 부모와 동일시한 윤리사회속에서 신해교난의 원인이된 신주문제를 다룬「이조시대 신주와 신해교난」에 대해 기고해왔다. 서양자 수녀의 기고문 2편을 각각 4회와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조는 유고 중심의 사회였으므로 법도 유교의 반영(反影)이었다. 유교적인 계급질서나 유교적인 윤리를 파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준엄한 형벌로 다스렸으며 감형도 안되었다.

천주교에서 조상제사를 금지했던것,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신분의 차별을 두지 않았던 것, 서얼(庶孼)의 차별을 두지 않는 것, 과부의 재혼을 허용한 것, 남녀가 공동집회를 갖는 것, 사제및 교우가 동정을 지키는 것은 음양의 도리를 깨뜨리는 것이라 하여 박해의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것은 유교적인 계급사회와 윤리관에 동요를 주는 것이었다. 천주교의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는 당시 처첩제도(妻妾制度)가 깊이 뿌리 박힌 유교사회에 위협을 주는 일이기도 하였다.

환상(幻想)적인 전설 그리고 몇 천년 동안 성행하여온 다신신앙과 미신적인 관념은 천주교에서 하느님 한분을 믿는데 대하여 반감을 가져 간접ㆍ직접 박해의 원인이 되었다.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는 우리 고유문화를 소멸시키는 문화 침략의 도구,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보기도 했던 것이다. 북경에 다녀온 사신이 헌종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헌종실록 제7권 3월25일『중국에 들어온 서양사람이 사교(邪敎)를 퍼뜨려 인심이 빠져들고 아편을 몰래 가져와 몸과 목숨을 상해하는데 그 해독을 입은 어리석은 백성이 처음에는 남의 유혹을 받고 이어서 사설(邪說)에 물들어 심하면 가산(家産)을 탕진하고 생명을 손상하기에 이르러도 뉘우쳐 고칠줄 모르므로 황제가 진노하여 여러번 유지(諭旨)를 내려 엄히 금지하였습니다』

헌종 14년에 박희영(朴禧英)은 역관(譯官)인데 아편 연기를 빠는 기구를 가져오다가 발각되어 신분을 노(奴ㆍ종)로 격하시켜 추자도(秋子島)로 귀양 보낸 일도 있었다.

중국에 갔던 사신들은 서양 사람들이 중국에 아편을 팔아 막대한 은화가 서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천주교를 금지하고 천주당을 헐어 없앤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중국의 아편전쟁이 우리 교회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으며 서양 선교사들을 제국주의의 압잡이로 오해했던 것이다. 대원군 때 조정에 4명의 중요 대신들이 서양인들과 동맹을 맺게되면 나라를 망치게 된다며 서양 오랑케를 모두 죽이고 천주교인을 죽여야 한다고 외쳤다.

■ 십악(十惡)죄 적용

조선 왕조의 법은 중국의 당(唐)대명률(大明律)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태(笞) ㆍ장(杖) ㆍ도(徒) ㆍ유(流) ㆍ사(死)5형(五刑)을 썼다.

조선 왕조의 지방행정 조직은 전국을 8도로 나누어 각각 관찰사를 두고 그 관할하에 수령을 두었다. 관찰사는 유배형 이하를 직단하고 수령은 태형 이하를 직단할 수 있었으며 국왕은 최고 재판관으로서 수사ㆍ재판을 지휘하고 사형에 해당되는 죄는 직접 결재하였다.

음양오행설에 의해 죄수들을 될수 있는대로 살린다는 뜻에서 감옥의 담도 원형으로 하였던 것이다. 이조시대는 비가 오지않아 한재가 들 때 홍수가 질때 국가의 경사, 왕실의 경사, 흉사, 천재지변 등이 있을 때마다 사면을 내렸으므로 사면이 비교적 잦은 편이었으나 10악인 모반(謀反) ㆍ악역(惡逆) ㆍ부도(不道) ㆍ불대경(不大敬) ㆍ불효(不孝) ㆍ불목(不睦) ㆍ불의(不義) ㆍ내란(內亂)에 관계되는 죄는 사면이 잘 안되었다.

정부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에게 모반죄, 내란죄, 요언(妖言) 유포죄, 사교(邪敎) 유포죄, 불효죄, 즉 10악에 해당되는 죄를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박해시대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썼는데 오가작통법이란 것은 사대부나 평민ㆍ천민을 구분하지 않고 집이 있는 차례로 다섯 집을 한 통(統)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만일에 1ㆍ2호가 남으면 타지방과 합치지 않고 5호가 넘더라도 합쳐 한통으로 하고 3ㆍ4호가 남으면 5호 미만 이라도 한 통으로 하였다.

5호중에 통수(統首)를 뽑고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통수가 관에 고발하게 하고 고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통수를 형추(刑推)하여 유배하였다. 이런 법으로 말미암아 천주교 교우들은 발을 붙일 곳이 없게 되었다.

■ 법외형구(刑具)로 행형

형구도 법으로 정한 형구가 있고 법외 형구가 있으며 법으로 정한 형구라 할지라도 형량에 의해 정해진 숫자대로 결장하게 되어있다.

형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남자와 여자가 다르며 형량에 따라 가(枷), 축(杻) 항쇄(項鎖), 족쇄(足鎖)를 써야 한다. 천주교 교우들에게 행형한 것을 보면 법으로 정한 수를 무시하고 마구 결장하였으며 법외 형구로 모진 고문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