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인 이른 봄미나리처럼 연한 시들을 읽으면 마음 안으로 촐촐촐 흐르는 여울물소리를 듣게 된다.
험한 세상을 사느라 많이도 잊으며 지내던 유년의 골짝에서 추억처럼 되 살아나는 여울물소리.
음률이 고른 물소리에선 참을 수 없이 순정한 사랑과 그리움과 떨림과 아름다움이 참생명과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늘, 우리가 문학을 만날 때마다 문학에 대한 끝없는 물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문학이 영혼을 잃어간다는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문학의 목청이 아찔하도록 높아가고, 또한 극심한 상업주의에 휘말려드는 이 불안한 상황에서 문학은 목마른 이들의 샘이 되지 못했다.
이해인 수녀의 동시집<엄마와 분꽃>은 자못 메말라져 가는 우리 모두의 우물에 가득히 채워주는 청량제임이 틀림없다.
꽃집에 들어가서/꽃을 사는 일은/정말 어려워요/중략/꼭 한가지만/골라서 산다는 일은/어쩐지 미안하고/어쩐지 슬퍼집니다/그래서/꽃집을 슬며시/그냥 나와 버립니다-<꽃집에서>
이해인 수녀의 시는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잘 익은 봄누에처럼 투명하다. 영원으로 가는 바깥 세계와 언제나 열려있다. 그러므로 그의 시들은 마른 길바닥에서도 항상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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