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모처럼 공부에서 해방된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 계절이다. 등산이나 캠핑도 가고 싶고, 평소에 보지못했던 TV나 비디오도 실컷 보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음악도 들어야하고 인기가수의 콘서트에도 마음이 들뜬다. 극장영화도 몇편은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이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평소보다 걱정거리가 더 늘게 마련이다. 자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주변환경이 어느것 하나 마음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역시 마음대로 보게할수 없는 실정이다.
올 여름에도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숱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작비 수천달라에 수입가만도 수십만 수백만 달라에 달하는 외국의 대작 오락영화들이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른아침부터 관객들이 장사진을 치는 극장도 적지않다.
그러나 외화의 대부분은 거의가 원색적 섹스나 전쟁 살인등 가공할 폭력을 다룬 오락대작들이다. 홍콩 영화 역시 마찬가지고 중고생이 입장할수 있는 영화들까지 폭력이 판을 치고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은 통쾌한 스릴에 진진한 흥미를 자아낸다. 스케일도 크고 현대과학을 총동원한 트릭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만큼 오늘의 영상세대들의 기호나 감각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고있다.
그러나 이런 오락영화들에는 상황만 요란할뿐「인간」이 없거나 인명을 경시하는 내용들이 적지않다. 따라서 볼때는 즐겁지만 보고나면 남는게 없다. 마치 갈증을 풀려고 사이다나 콜라를 마시면 잠시동안은 시원하지만, 더 심한 갈증을 느끼게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은 웬만한 폭력엔 무디어지고 더 강도 높은 파괴본능을 자극시킨다.
한때 김수현의 TV드라마「사람이 뭐길래」가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국에 선풍을 일으켰었다. 요즘 방영되는TV연속극「질투」나「금잔화」도 청소년층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 역시 상황만 있고「인간」은 없어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볼때는 깨가 쏟아지게 재미있지만 보고나면 웬지 허전하고 공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나 시대상황이나 세태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최근의 조류는 인간의 심성을 지나치게 파괴하는 쪽으로 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어려서 보았던「마르셀로」처럼 인간의 감성을 맑게 해주고 감동의 눈물을 쏟게하는 작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듯 최근에 본 두편의 영화는 방학을 맞은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권할만 하다. 하나는 월트디즈니사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미녀와 야수」이고, 또 한편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토토의 천국」이다.
「미녀와 야수」는「월트디즈니의 영화는 보증수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동화를 만화로 재현시킨 영화지만 배경이나 구성이 만화영화 같자않게 정교할뿐 아니라 음악과 함께 스펙터클하게 다가온다. 어른 아이 함께 보아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인간의 착한 심성이 악마의 저주까지도 풀어낼수 있다는「사랑의 메시지」가 배어나와 보는이들을 감동시킨다. 날로 척박해지고 정서가 고갈되는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한줄기 샘물처럼 가슴을 적셔주면서 우리 모두가 잃어가는 꿈을 되살려주고 있다.
자코 반 도마엘감독이 만든「토토의 천국」역시 아이들의 눈을 통해 인간과 인생의 의미를 환상적이면서도 시정넘치게 그려내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는 영화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과 부모들에게 이 두편의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세상은 변해도 하느님의 말씀은 변함이 없듯, 우리의 깊은 내면에 흐르는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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