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년에 주례신부를 초대한다고 하기에, 어떻게 사는지 궁금도 하고해서 아파트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나 한사람의 방문이 그들 신혼 부부에게는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부인은 하루 종일 집 청소, 빨래, 가구 정돈, 그리고 시장보기 등으로 정신이 없었답니다. 남편도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해서 시장도 같이 가고 시장 봐 온 것도 함께 다듬고 장만하고 톡톡히 한몫 거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도착할 때까지 음식 장만하는 일이 끝나지 않아 둘이 함께 부엌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각본대로 하자면 내가 도착하기 전에 모든 일뿐 아니라 세수와 화장까지 끝내고 그리고 이쁜 옷으로 갈아 입고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일이 뜻대로 되어 주실 않았던 모양입니다.
부인은 일이 이렇게 될까 봐 또 준비하자면 결국 자기만 여러가지로 힘이 들것 같아서 차라리 어디 분위기 있는 집에 가서 외식하며 대접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자기들 사는 모양을 내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토요일에 남편이 일찍 퇴근하여 모든 것을 도와주기로 하고 집에서 치루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내게도 의사타진이 있었는데 나도 집이 좋다고 했습니다. 나의 관심은 아직도 어린애들 같은 이 부부의 소꿉장난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목적은 달성 되었습니다. 둘이 허둥대며 설치는 꼴이 그렇게 재미있고 보기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역경에서도 저렇게 둘이서 합심하면 아무 문제없이 헤쳐나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들 음식 장만하는 꼴을 부인은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남편더러 이제는 어지간히 준비가 되었으니 신부님 모시고 방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별로 기분이 좋은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속상했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만 재미있었으면 됐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왕 초대하게되었으니 음식 솜씨 자랑도 하고 또 깔끔하고 정돈된 살림살이와 단정한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쁘다는 말과 칭찬하는 말도 듣고 싶었는데, 마치 추한 꼴을 보여주려 나를 초대한 것 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자기의 의견대로 외식을 해야 하는 건데, 잘못돼도 한참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 모든 것이 남편의 고집 탓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돌아간 다음 자칫하면 부부싸움이라도 할 낌새였습니다.
나는 그날따라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식사동안 술이 한잔 들어가자 말도 많이 했습니다. 분위기 전향과 내가 간 후를 대비하는 뜻에서 의식적으로 유쾌하게 떠들었습니다.
「나는 오늘 대단히 기분좋은 날이다」「혼인주례를 여럿이나 했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이다」「내가 먹을 것이 없어서 얻어 먹으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음식 장만하는 기술은 언제 배웠느냐?」「둘이 부엌에서 위기를 함께 대처해 나가는 것을 보고 내가 참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내가 주례한 모든 부부가 너희 같기만 하면 무슨 걱정이 되겠느냐!」「너희는 아무도 내게 보여 주지 않은 건강한 삶을 내게 보여 주었으며,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쌍의 부부를 보았으므로 만족한다」….
돌아오는 길은 부인이 운전하는 꼬마차를 타고 집앞까지 왔으며, 나란히 앉아 돌아가는 그들 부부는 신혼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를 내게 남겼습니다. 위기를 잘넘기면 더욱 친밀해 지는 건지!
오늘 복음성서는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초대를 받은 예수님의 얘기를 들려 줍니다.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가지뿐이다』(루가 10, 41). 그 한가지란 것이 무엇일까?
그 자매의 초대 목적과 예수의 방문 목적이 달라 보일지라도 필요한 것은 결국 한가지 입니다. 예수의 방문을 자매가 영접함으로써 예수와 자매간에 또 자매들 서로간에 보다 깊은 친교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이것이 이 땅에서 하느님나라 곧 구원의 체험이 되는 것입니다.
외적인 예수의 영접은 말씀이신 예수를 내적으로 받아들이는 표지이기에 말씀을 듣고 앉아있던 마리아는「참 좋은 몫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서 너무 여러가지를 다 잘 하려고 하다가 본래 목적에 빗나가길 잘 합니다.
지난 주일에도 성체를 나눠 주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부인은 화장을 너무 여러가지로 잘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내 보기에는 이쁜 얼굴을 망쳐 놓았습니다.
초대 받아 가서 가장 답답했던 기억은 나 혼자 TV앞에 않혀 놓고 자기들은 모두 부엌에 나가 음식 준비에 매달려 있을 때 였습니다. 마르타는 여자로서 마리아를 질투했는지 몰라도 마리아마저 마르타를 도와주려 부엌에 나가 버렸더라면 예수님은 TV도 못보고 혼자서 얼마나 무료하고 답답했겠습니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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