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14, 15~24 : 마태22, 1~14)

잔치시간이 되어 초대손님들을 부르러 종을 보낸다. 그런데 오겠다던 손님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초대를 거절한다. 이 비유에서 물론 잔치주인은 하느님이고 심부름하는 종은 그리스도라고 전통적으로 해석한다. 루가복음서의 이 비유와 같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마태오의 비유에서는 하느님을 비유하는 왕이 잔치주인이 되고 왕은 자기 아들의 혼인잔치를 배설하는 것으로 되어 아들이 그리스도를 표상하고 심부름 보낸 종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다. 그래서 이 종들은 하느님의 일을 전수하여 일하는 구약시대의 예언자들과 초대교회의 복음전달자들을 가리킨다. 종들이 전하는 말에는 루가에서는 그저 잔치가 다 준비되었다는 말을 전하는데 마태오에게 있어서는 준비상황이 더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전갈은 현 시점에서 초대를 거부하는 것이 큰 무례가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와 살찐 짐승도 잡아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잔치상은 완전히 차려졌다는 음식준비 완료 표현은 구원의 사업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손님들은 초청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거절한다. 여기서 우리네 생활에 비추어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은 자기 아들 잔치에 초청하는 왕의 초대를 받고 영광스러울지언정 어찌 하찮은 핑계로 초대를 거부할 사람이 있겠는가. 루가의 경우 왕은 아니지만 상당한 고위인사의 초청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초대받은 자들은 만사 제쳐놓고 참석할 것 같은데 이를 거절하는 이유가 적절하지 못하다. 루가의 잔치주인도 보통사람은 아니다.

팔레스티나 탈무드에 수록된 설화자료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부유한 세리 바르 마얀이 의회의원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는데 그들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음식이 버려지지 않도록 가난한 자들을 불러 들였다고 한다. 잔칫날 가난한 사람을 데려다 식사대접을 하는 것은 선행에 속하는 일이었다(토비2, 2). 그 후 부유한 세리는 곧 죽었는데 그의 장례식에는 온 도시가 일을 멈추고 참여하여 아주 화려하였다고 한다. 예수의 비유 이야기에서 왕 또는 도시의 명사의 초청을 거절한 사람들의 거절이유는 밭일, 장사, 장가, 소를 사서 등이다. 이것은 아마도 신명기에 나오는 유대아 사람들의 군복무 면제 사항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새 집을 짓고 아직 하느님께 봉헌하지 못한 사람, 포도원을 가꾸어 놓고 맛도 보지 못한 사람, 약혼한 사람(신명20, 5~7), 신부를 맞는 신랑(신명24, 5)은 병무면제의 사유가 되었다. 이와 같은 민간 설화를 소재로 예수께서 천상잔치의 비유를 들었다면 청중은 재빨리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에서 초대받은 손님이 왜 초청을 거부하였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고 그들 대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불렀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처음 초대받았던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꽤나 명망있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사람은 밭을 사서 못 가고 둘째는 소 다섯 마리를 샀다고 한다. 보통 농부는 한두 마리의 소로 농경에 부족함이 없다. 소 다섯 마리면 대농장주일 것이다. 셋째는 장가간 것을 핑계로 삼는다. 물론 여자는 잔치에 초청받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풍속이고 장가간 것은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윗사람의 잔치에 못 갈만큼 중요사항은 아니다. 이 핑계들은 모두 세속생활에 관한 사연들로써 물질의 소유나 세상사에 집착하는 것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에 적합지 않고 특히 주님의 제자가 되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주님의 가르침에 부합한다. 마태오는 초청거부 핑계에 덧붙여서 심부름꾼들을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말을 첨가했는데 이것은 이야기 맥락과는 맞지 않는다. 하느님의 사자(使者)들을 잡아 죽인 유대아인들을 겨냥한 것만은 확실하다.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