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 다가 오면서 부모들의 심정은 어쩌면 수험생 본인보다 더 다급한 상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성적이 더 올라가기를 더 없이 바라지만 기대 만큼 올라가 주지는 않아서 애태우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한 입시생의 어머니도 기대 만큼 아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므로 백방으로 노력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들은 통 공부를 진지하게 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제 방에 공부한다고 들어 간 다음에는 옆 방에서 아들을 지키며 연신 묵주알을 굴리고, 간식을 준비하면서도 묵주를 손에서 떼지 않았습니다.
불이 켜져 있어서 공부하는줄 알았는데 간식을 만들어 방에 들어가 보면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든지 아니면 책을 펴 놓고 보기는 하는데 귀에 헤드폰을 꽂고 앉아 다리를 흔들어대며 사람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는 배신감 마져 느끼곤 한답니다.
더 이상 야단을 칠 수도 없어서 그저 평소에는 않던 평일 미사도 열심히 나가고 기도하며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올 여름에는 가족휴가 마저 포기를 했답니다. 아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공부할 것을 생각하면 휴가가 가당치도 않을 뿐 아니라 휴가를 가더라도 마음이 편하지도 않고 또 마음이 놓이지도 않을 것 같았답니다.
가족들이 없는 사이에 저도 친구들이랑 마음놓고 어울릴 것 같아서 미덥지 못하므로 온 가족이 아예 휴가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답니다. 말하자면 아들을 공부방에 가둬놓고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아들이 진지하게 공부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들에게 빈다』고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심정으로 자녀에게 비는 부모님이 많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역시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실감납니다. 자녀들에게 직접 자꾸 말하면 자녀들은 잔소리로 생각하고 신경질을 내기 때문에, 대신 그저 아무 대꾸도 없지만 화를 내지도 않는 하느님께 거듭 매달리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말하자면 아들에게 하고픈 기도를 대신 하느님께 바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기도하는 부모님!」그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하느님께도 여태 그런 식으로 기도를 했다면 별로 훌륭한 기도를 한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릇 아들이 부모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시킨대로 따라주듯, 하느님께 그렇게 기도해서 효험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효험있는 기도는 인간의 청원을 하느님이 들어 주실 때일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은 원하지도 않는데 사람이 자꾸만 청하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 주시는 것일까요?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수단입니까? 내가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지 모르시는 하느님께 나의 어려움을 알으켜드리는 방법이 기도입니까?
오늘 성경을 읽다보면 막무가내로 『귀찮게 졸라대면 마침내 청을 들어주시리라』(루가11, 8)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서는 청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신다』 (루가11, 13)고 하십니다. 결국 기도 함으로 얻는 것은 내가 청한 것이 아니라 성령을 받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기도하는 자의 자세를 발견하게 됩니다. 내 청원대로 반드시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심』(루가11, 2)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식에게 청해도 자식들이 외면하는 마당에 하느님인들 내 뜻대로 다 해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되기를 기도하고서 내 청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해서 내 기도는 효험이 없다고 말해도 되겠습니까? 결국 기도는 겟세마니에서 예수의 기도처럼『아버지, 아버지께서 하시고자 만 하시면 무엇이든지 다 하실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하소서」(마테오 26, 39)라야 할것입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러면 나머지는 내가 다 해주마』말하듯『하느님 아버지 이 청원 만은 꼭 들어 주십시오. 그러면 앞으로 모든 것을 아버지의 뜻대로 하겠습니다』하더라도 하느님이 속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에 목 디스크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이 병만 나으면 다른 어디가 아파도 참을 수 있을것 같더니, 올해 이빨이 아플 때에는 신체 부위에서 이빨이 가장 통증이 심한 부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지칠 줄 모르고 기도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인간적으로 나쁜 상황에서도 궁극적으로는 내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실 수 있으신 하느님 아버지, 이 어려움 가운데서 아버지께서 사랑으로 주시려는 주님의 성령이 항상 나와 함께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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