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장애인복지관 제과제빵학교 ‘빵 굽는 놀이터’ 봉사자 최영명씨
“빵 만들기, 장애인에 생계수단… 서 있기 힘들어도 가르쳐야죠”
30여 년간 제과점 운영하다
건강 문제로 남보다 일찍 은퇴
봉사 시작하며 건강도 호전돼
최영명(맨 오른쪽)씨가 진해장애인복지관 제과제빵학교 수강생들과 함께 자신들이 만든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진해장애인복지관(관장 이흥우 신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복지관 내 제과제빵학교 ‘빵 굽는 놀이터’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빵을 사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빵이 지역사회에 입소문이 나기까지 최영명(베드로ㆍ63ㆍ마산교구 진해 덕산동본당)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진해에서 30여 년간 제과점을 운영하다 은퇴하고 제빵 기술을 가르치며 인생의 2막을 열고 있는 최영명씨를 복지관에서 만났다.
2015년부터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한 그는 복지관 내에서 ‘호통치는 봉사자’로 불린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최영명씨가 발달장애인에게 제빵 기술을 가르치며 가장 어려웠던 일로 ‘반복’을 꼽았다. 그는 “비장애인이 3개월 만에 습득할 기술을 이 친구들은 1년이 넘어도 습득하기 힘들다”며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빵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영명씨는 다른 이들보다 일찍 일선에서 물러났다.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1979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좋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남들보다 더 피로를 느껴야 했고 40여 년 가까이 복용한 약은 관절을 망가트렸다. 더 버틸 수 없어 제과점을 정리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도움을 청한 것이다. 건강을 생각하면 쉽게 응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도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들의 아픔과 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는 “무릎관절염이 심해 서 있기 힘들지만 제빵 기술이 발달장애인의 생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재능기부에 나섰다”며 “나누며 즐겁게 살다 보니 건강도 점차 회복되는 듯하고 봉사의 기쁨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빵 굽는 놀이터’는 올해 초 사업자등록을 하고 정식 판매에 나섰다. 창원시의 지원으로 제빵사가 상주하지만 최영명씨의 봉사는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봉사하고 싶다”며 ‘빵 굽는 놀이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흥우 신부는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후원문의 055-540-0400 진해장애인복지관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