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씨는 “헌혈은 생명을 나누고 남을 도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는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헌혈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고 헌혈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6월 28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서 진행된 ‘2017 교직원 사랑의 헌혈 캠페인’에서 300번째 헌혈을 마치고 대전적십자사로부터 ‘최고 명예대장’을 받은 이원석(요한 세례자·58·대전 만년동본당)씨.
대전성모병원에서 골절환자에게 깁스를 해주는 석고기사로 근무하는 그는 1989년부터 28년 동안 헌혈을 이어왔다. 평소 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선혈 헌혈’을 두 달에 한 번, 혈장과 혈소판 등 특정 성분만을 채혈하는 ‘성분 헌혈’은 2주에 한 번씩 해오고 있다. 그야말로 ‘헌혈 인생’이라 할 만하다.
계기는 1989년 당시 대전성모병원 원목실 사제로 있던 고(故) 강진수 신부(Jean Crinquand·파리외방전교회)가 수혈이 필요한 응급 수술환자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다.
“피를 나눠 남을 살리고 남을 돕는 일이 참 고귀하게 여겨졌습니다. 특히 수술실 등에서 근무하며 수혈이 필요한 위급한 환자를 자주 목격했기 때문에 강 신부님의 그런 모습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964년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된 강 신부는 40년 가까이 대전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펼쳤다. 생전에 200회 이상의 헌혈기록을 세우며 생명 나눔에 앞장섰다.
헌혈을 통해 생명을 나누는 활동은 지난 2000년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으로도 이어졌다. 그 결과 한 초등학교 1학년 소아암 환자의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헌혈은 이씨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도 삶의 일부가 됐다. 부인 조순영(마르가리타)씨, 큰아들 왕식(토마스 아퀴나스)·작은아들 태식(바오로)군도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부인 조씨는 현재까지 69회의 헌혈 기록을 지니고 있다.
이씨는 ‘생명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평소 등산과 마라톤으로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다. 9km의 출퇴근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동안 헌혈을 통해 받은 헌혈증서는 모두 기부했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 모금함에 몇 장씩 넣기도 하고, 수혈받는 환자, 형편이 어려운 환자 등을 만나면 주저 없이 헌혈증을 나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이씨는 헌혈유공자 은장, 금장, 명예장, 명예대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국무총리상, 보건복지부장관상 등을 받았다.
그는 본당에서 선교분과장, 꾸리아 단장 등을 맡아 활동 중이다. 평일미사도 빠지지 않는다. 매일 아침 출근 때의 기도는 ‘오늘 하루도 신자로서 잘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다.
“헌혈 정년이 되는 70세까지, 계속해서 헌혈을 하고 싶다”는 이씨는 “예수님을 만나면 ‘저도 피를 나눴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