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매년 2억 명 이상이 감염되어 고통을 받고 그중 40만 명 넘는 이들이 사망하는 질병이 말라리아입니다. 그리고 사망자의 75%가 5세 이하 어린이입니다. 이곳에선 감기보다 흔한 질병이지만 약을 먹지 못하면 사망하거나 늦게 먹으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병입니다.
제가 말라리아에 걸리기 전에는 봉사하러 온 청년들에게 멀리까지 왔는데 말라리아 체험도 하고 가면 좋겠다는 농담을 건넸습니다. 또한 원주민들이 말라리아에 걸려서 약속된 회의에 나오지 못하면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걸렸다면서도 축구도 하고 일도 하고 미사참례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제가 말라리아에 걸려본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농담은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말라리아에 걸리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숨이 쉬어진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한번은 총회장 자매에게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과 아기를 낳는 것 중 어떤 것이 통증이 더 심한지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라리아랍니다.
우기가 시작될 때와 저물어갈 때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는데 보건소에선 무료로 약을 나누어줍니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10㎞ 이상 떨어진 보건소에 다녀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때로는 약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교지에는 항상 응급환자들을 위해 말라리아 약을 상비해놓습니다.
선교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봉사자들에게도 반드시 말라리아 약을 가져가게 합니다. 1주에서 3주 정도 잠복해 있던 말라리아가 한국에 도착한 후 발병할 경우도 있는데, 한국에선 말라리아 약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료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금까지 네 번 정도 말라리아에 감염이 됐는데 처음 감염되었을 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아팠습니다. 1주일간 거의 식사를 못했더니 체중이 10㎏ 가까이 감량됐습니다. 선교지로 파견되기 전 말라리아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주교님께 선교지를 변경해달라고 간청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아프리카 대륙 선교사모임을 케냐에서 마치고 돌아왔는데 잠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미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해열제를 먹다 혹시 몰라 늦게서야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너무 늦게 먹었는지 한 달이 지나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잘 걷지도 못하고 운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식사도 천천히 쉬면서 해야 했고, 미사 집전도 앉아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력이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 거의 반 년이 걸렸습니다. 그 후로는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해지면 제일 먼저 말라리아 테스트를 하고 양성반응을 보이면 즉시 약을 먹습니다. 요즘엔 저도 많이 아픈 감기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살아갑니다.
억지로 말라리아에 걸릴 필요는 없지만, 일단 걸리게 되면 다시 한 번 원주민들과 더욱 친해지고 가까워지게 되는듯합니다.
원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노력이 선교사제에겐 필수적이기에 오늘도 예수님을 비라보며 그분을 따르고자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분을 닮고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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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