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자연 앞에 서면 하느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겸허해지기도 합니다.”
사진작가 유별남(레오폴드·44·서울 잠원동본당)씨가 몽골 사막에서 촬영한 ‘Stay’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그는 “오지에서 마주한 자연은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서 “그 앞에 서면 심장이 막 두근두근 거린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30대 초반에서야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조금 늦은 나이라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예상못한 다양한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지상파 세계 테마 기행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해마다 한두 번 정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파키스탄, 이집트, 남아프리카, 몽골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그는 “좀 더 큰 세상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커지고, 여유가 생겼다”면서 “한 번에 20시간이 넘도록 냉방도 되지 않는 버스에 갇혀 이동하다 보면, 서울에서 차 막히는 것 정도에는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절벽길을 따라 17시간을 간 적도 있다.
그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사진 한 장 덕분이다. 새파란 하늘 위에 구름 뒤로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과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 그리고 광활한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메마른 대지를 담은 작품.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인 파키스탄’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파키스탄은 그에겐 조금 특별한 나라다. 사진작가로 첫 발을 내디딘 나라이자, 사진 촬영을 위해 제일 많이 방문했던 친근한 나라다. 2010년에는 파키스탄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네버 스탑 러빙’(never stop loving)을 주제로,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촬영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찾았다. 한국에서 변호사를 통해 유서를 써놓고 올 정도로 큰 각오를 했지만, 현지 사정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눈앞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했지만 발길을 되돌리지 않았다. 그는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11살가량의 난민 소녀 두 명을 몰래 숙소로 초대했다. 언제 폭탄이 터지고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조명과 플래시조차 마음 놓고 켤 수 없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완성된 작품이 바로 ‘루비나’다. ‘루비나’는 유 작가 스스로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해주신다면서요!”
그는 난민 소녀 루비나를 촬영하면서 하느님께 “왜 저들은 사랑해주시지 않는거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난민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요즘 기도 끝에 늘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걷게 해달라”고 말한다.
유 작가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으면서도,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앞으로는 “선교지에서 봉사하시는 신부님들의 삶과 선교지에서 벌어지는 사연을 사진으로 기록해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욕심이 많아질수록 신앙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기도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요. 어느 순간, 제가 잘나서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게 될까 늘 조심스럽습니다. 이 기도처럼 늘 보답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내년 4월에 열릴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