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세상 마칠 때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는 종말론적 예언을 듣고 마음이 산란해진 제자들에게 예수께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어떤 일에도 대처할 각오를 하라고 이르신다.
그때에 첫번째로 닥치게 될 환난은 정신적인 혼란이다.
그때가 임박하면 가짜들이 여기저기 나타나서 『내가 메시아이다. 때가 가까이 왔다』라고 떠들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믿게 하여 혼란을 빠뜨릴 것이다. 그들이 퍼뜨리는 교설은 참으로 위험하다. 예수님이 지금까지 가르치신 교설과 아주 다르면서도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여 속아 넘어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들에게 속아 따라다니지 말라』고 하셨다.
이제부터 제자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교설에 미혹되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만민에게 그분의 정통 교리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과연 70년 이전에 기샬라(Gishale)의 요한, 튜다스(Theudas)라 이름하는 사람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참칭하여 세상에 나타났었고 에집트인이라고 알려진 어떤 사람도 스스로를 그리스도라고 참칭하였다.
그후 사도교회 시대에 가짜 그리스도가 여기저기 나타나 사람들을 오도하였다는 사실이 서간편에 언급되어 있다(Ⅰ요한2, 18: 4, 3: Ⅱ 요한 7장: 데살 후 2, 3~12). 사도 바오로는 이런 자들을 교회의 원수 또는 무법자라고 했다(데살 후 2, 3 ). 이런 자들을 조심하라는 말씀은 오늘날에도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해당된다.
이와 같은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혼란이 있은 뒤 민족적인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여기저기서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환란을 겪지 않을 수 없으니 제자들은 그때 정신을 잃고 당황하지 말 것이며 혼비백산하여 굳어지지 말라고 격려하신다. 중대한 사명을 맡은 제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다. 인간 역사는 이러한 전란을 끝없이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환란은 지상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기근, 전염병이 창궐하는가 하면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고 하늘에는 굉장한 징표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네 번째 환란은 제자들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권고하셨다. 그들은 법정 또는 회당에 끌려가 매 맞고, 총독이나 임금 앞에 끌려가 심문 당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나 때문에」당할 것인즉 그들 앞에서「나」를 증언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법정에서 대답해야 할 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때 그들이 대답하는 말은 그들의 말이 아니고 성령의 말씀이다. 그러니 그 인도를 받으면 된다.
제자들이 이같이 박해를 받는 것은 예수의 복음이 온 세상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계기가 된다. 새 생명이 태어나려면 산고를 겪어야 하는 이치이다. 제자들의 박해는 새 나라인 하느님 나라가 태어나는 고통의 시작이다.
제자들이 당할 환란에 가정의 붕괴가 겹친다. 「나 때문에」박해를 받을 때에 형제끼리 서로 잡아넘겨 죽게 하고, 부자 간의 고발이 있을 것이며(현대 공산 치하에서 그랬다) 제자들은 「나 때문에」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이 현상의 예언은 구약성서 사상을 상징적으로 말씀한 것으로서(미가 7, 6) 묵시 문학에서 가정 붕괴 현상은 마지막 때의 세상이 타락했음을 상징했다. 고대의 가정은 종교생활의 보루였으며 가정이 무너지면 종교생활도 무너진다.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은 옛 질서의 종교가 무너지고 이에 동반되는 고통을 겪으면서 새 질서의 새 종교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상징하신 것이다.
사도교회시대의 신자들은 박해를 받으며 친척들의 박해 또한 받았으며 모든 시련 중에서 이 박해가 가장 아픈 상처로 남았다. 그러니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약속 받는다(대목 19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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