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 5일 삼척 인근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신자 세 분을 구하고 선종함으로써 살신성인의 삶이라고 언론에서 칭송이 자자하였던 고 배문한(도미니꼬) 신부님의 유고집 「꿈보다 현실이 아름답다」가 진미디어사에서 출판되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그분의 서거 후에 있었던 칭송들이 거짓이 아님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사랑은 생명을 구해주는 것입니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주는 것입니다』(134쪽, 사랑의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큰 사랑이요, 봉사요, 인격의 품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 배문한 신부는 자기 말대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여 주고 자기는 죽어갔다.
배 신부님은 생각한 대로 사셨고, 사신 대로 말씀하셨다. 그의 존재 행위는 곧「사랑」이었다. 데카르트가 말한『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를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로 바꾸어서 살았다. 그분은 사랑이신 하느님 없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고, 사랑 없는 삶을 사시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글 전체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사랑, 자기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넘쳐 흐른다. 자기 주위에 일어난 사소한 모든 일들과 들려지는 모든 이야기 속에 사랑을 찾고 영적인 교훈을 이끌어내어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한다.
구수한 이야기처럼 조용하게 흐르는 글은 하늘로부터 오는 폭포수 같은 말씀으로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한다. 자기 것을「바보」처럼 철저하게 감추고, 하느님만을 드러내는 구절구절들이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말로써 남아있는 것은 곧 그분의 성인다운 인품을 단숨에 엿보게 한다.
배 신부님은 고통도 슬픔도 모두 사랑의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살고자 하였다.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는 생활은 정말 외롭고 힘든 생활이지만 웃으며 기쁘게 산다는 것이 여느 사람과 신앙인의 다른 점입니다…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117쪽).
예수님의 『내 생명이요 희망이며 내 사랑이요 실존이며 길이요 진리이며 내 삶의 모범이고 스승』으로 모시고 (133쪽) 철저하게 그분을 따르고자 한 배 신부님의 삶은 꿈이 아니라 사랑의 현실이었다는 것이 이 책 전체에 넘쳐 흐른다. 우리는 모두 꿈을 그리며 꿈을 먹고 산다. 꿈 때문에 현실을 잊기도 한다. 그러나 배 신부님은 『꿈보다 현실을 더 아름답게』사셨다. 타인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봉헌하는 사랑이 있는 삶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꿈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이 아름다운 현실인지 깨우쳐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편집하신 고인의 동생 배길한 선생님과 출판사 진미디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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