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서구문화 지향적인 그리스도교 문화는 우리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음악 분야를 살펴보면 민족의 음악혼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평생을 우리 음악 발전을 위해 삶을 살아오고 있는 중앙대학교 백대웅(안드레아ㆍ51세) 교수는 신자 국악인으로서 그리스도교 음악이 가톨릭 종교의 토착화를 저해해왔다고 피력했다. 서양에서 전례된 종교이지만 음악만이라도 우리 음악이 전례 음악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한 백 교수의 지론이다.
서울대 음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음대 한국음악과 교수이자 국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백 교수는 올 초 창단된 가톨릭우리소리관현악단(단장=김종국 신부)을 통해 전례 음악의 토착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백대웅 교수는 『서양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혼탁해진 우리 문화는 실패의 문화였다』고 규정하고 『21세기 새로운 한국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사람으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악인으로서 올해「국립관현악단」이 창단된 것을 최대의 성과로 꼽고 있는 백 교수는 국악이 대중들로부터 소외 당하고 있는 현실은 국악인들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악과 민속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우리나라 음악이 발전될 수 없었던 이유를 정악만을 고집한 나머지 민중들의 정서가 실려 있는 민속악을 천시한 것에서 찾고 있는 백대웅 교수는 『군중 음악만을 최고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고 『옛 음악인 아악과 현대음악인 속악을 관념적인 개념으로 취급하기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게 우리 국악인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백 교수는 『새로운 한국 음악은 박물관을 연상시켜서는 안 된다』다고 촉구하고『18세기의 우리의 판소리처럼 지금 이 땅에 있는 모든 음악을 새롭게 재구성할 때』라고 목소를 높였다.
백 교수는 지난해 펴낸「인간과 음악」(도서출판 어울림)에서 음악은 인간들의 행위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며 인간들의 삶의 축적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의 한 모습이기에 음악이 결코 존재론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밝힐 정도로 음악의 시대성과 사회성을 강조하면서『가톨릭교회 역시 우리 음악에 대한 과신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백 교수는 또 가톨릭교회가 전례될 당시 서양 사제들이 우리 음악을 전례 음악으로 사용하길 원했지만 이 땅에 사는 한국인들이 먼저 반대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이러한 사대주의적인 발상에서부터 우리가 먼저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한국 일본 대만에서 각 나라의 20개 악기가 참여하는「아시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등 우리 음악의 세계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백 교수는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만큼 가톨릭 전례 음악의 토착화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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