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고관절 탈구라는 희귀한 병 때문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허리부터 발목까지 기부스를 하고 살아야 했던 은영이(2세)는 지금 성가정 입양원에서 사랑으로 자신을 돌봐주고 키워줄 새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은영이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영환이(1세)와 동숙(2세)이도, 뇌수종으로 인해 후천성 청각 장애인이 된 단비(1세)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국내 입양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곳 성가정 입양원(원장=김영화 수녀)의 다른 건강한 아기들은 모두 부모가 정해졌고 아예 부모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이들 장애 아동들의 부모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91년 비준한「UN 총회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보면『모든 아동은 태어날 때부터 성명권과 국적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양친이나 입양될 만한 가정을 구할 수 없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만 아동 보호의 최후 수단으로서 고려될 수 있다』고 해외 입양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해외 입양은 경제적 성장과 국민 의식의 발전에 반비례해 왔고 국제 사회의 지탄에도 아랑곳 없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입양기관들의 사리사욕과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행정 등으로 계속 늘어만가는 그야말로 고아수출사업이 되어 버렸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 입양을 원하는 가정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는 해외 입양되는 아동들을 모두 국내 입양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만한 수치라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성가정 입양원만 하더라도 지난해 입양을 신청한 가정은 3백37가정이었지만 입양 결연된 가정은 그 반에도 못 미치는 1백62가정이었다. 원인 분석 결과 전년도에 비해 절반 정도로 입양 신청 가정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입양 전문가들도 입양 아동에 대한 입양 기관들 간의 공동관리제 도입, 입양 가정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경제적 지원 등이 뒤따른다면 96년부터 실시될 해외 입양의 전면 금지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발표된 한 자료의 통계는 정상아는 물론 장애아 입양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해 줬다.

인하대 법대 배경숙 교수가 최근 발표한「양자제도의 개혁에 관한 연구」에 보면 불우 아동의 복지를 위해서 입양을 하겠다는 사람이 응답자 7백71명 중 4백44명으로 57.6%를 차지했고 부모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라고 응답한 사람도 27%로 집계돼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 줬다. 특히 이러한 대답은 대를 잇기 위해서 노후에 부양해 줄 자식이 필요해서라고 응답한 15.4%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이제는 양부모 중심의 입양보다는 점차 아동의 복지와 행복을 위한 시각에서 입양을 바로보게 됐음을 지적해 주고 있다.

김영화 수녀는『아동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입양을 한다면 건강한 아이뿐만 아니라 팔 둘을 가진 우리 부모가 팔 하나없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으로 키워주고 도와줄까 하는 긍정적 태도와 생각으로 장애 아동을 입양하는 것이 더 보람되고 뜻 깊은 일일 것』이라면서『장애 아동의 입양에 있어서는 언론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어디가 어떻게 장애를 입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신문 등에 홍보해서 뜻밖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때 김 수녀는『장애 아동 입양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게 됐다.

은영이, 동숙이와 영환이, 단비는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가정이라는 사랑의 울타리가 지켜주기만 한다면 어느 아동처럼 건강하게 밝게 자랄 수 있을 만큼 맑은 눈을 갖고 있고 재롱도 귀엽기만 하다.

특히 이들 장애아동들이 이국 땅, 벽안의 부모가 아니라 한 핏줄을 나눈 우리의 가정에서 자라기 위해서는 평생 건강을 지원해 줄 의료 보호와 함께 대학까지의 교육비 지원 입양 가정의 주택문제 해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버려져야 하는 아동들을 맡아 한시적인 부모가 되어주는「사랑의 부모」역할에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임으로써 소외된 아동들에게도「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