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범하기 전에 에덴동산에서 누린 행복은 하느님께서 주신 초성은혜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원죄로 말미암아 잃었던 이 은혜들을 아쉬워하며, 일찍이 영국의 서사시인 존 밀튼도「실락원」에 이어「복락원」(Paradaise Regained, 1671)을 저술하여 광야에서의 그리스도의 사랑과 사탄의 유혹을 주제로 하여 구세주의 구속행위를 통해 지상낙원이 인간에게 다시 회복된다는 내용을 장엄하게 묘사한 바 있다.
신학적으로 초성은혜 (D-onum Supernaturale)란 인간의 본성을 초월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은혜를 말한다. 그래서 이것을 초성생명 (Vita Sup-ernaturalis) 이라고도 한다 이 생명은 인간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여 끝없는 행복을 누리는 삶으로서 생명의 은총인 것이다 그리고 원조들이 원죄를 범하기 전에 누리던 은혜로는 과성은혜 (Donum Pr-aeternaturale) 도 있었는데 이것은 인간 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본성을 더욱 완전하게 하는 은혜이다. 즉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때 입은 본성적 은혜로서 원죄를 범하기 전에 고통과 죽음을 당하지 않고 은혜를 누리던 상태이다.
에덴동산에서 인류는 이러한 초성은혜와 과성은혜를 입고 자신의 자유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면 고통과 죽음을 당하지 않고 하느님의 신적생명에 끝없이 참여하는 은혜들을 누렸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슬프게도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원조들이 하느님의 지엄한 금령을 어겼기에 이 은혜를 잃어버리게 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 2, 17) 는 하느님의 말씀은 지엄하였다. 결국 원죄를 범한 인간은 하느님의 신적 생명을 잃고 죽음과 고통과 탐욕에 시달리는 운명이 되었으니 이것이 사탄의 유혹과 그 세력에 괴롭히는 신체가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사탄으로 나타난 뱀과 여자와 아담하게 차례차례로 금령을 어긴 죄값을 물게 하셨다. 뱀에게는『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저주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고 여자와 원수가 되리라』(창세3, 14) 고 하셨다. 뱀은 모든 짐들 가운데 가정 징그럽고 저주받은 동물로서 배로 기어다니고 흙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뱀의 유혹에 넘어간 여자에게도 하느님께서는 벌을 주셨다.
『너는 아기를 낳을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창세3, 16).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주신 벌은 산고의 고통과 여필종부의 운명이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브의 말을 듣고 금령을 어긴 아담에게도 벌을 주신다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둔 나무 열매를 따먹었으니, 땀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들에서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3, 17-18). 아담은 하느님으로부터 인류의 대표자로서 금령을 어긴 죄값을 단단히 받았다. 그 이전까지는 당에서 맛있는 과일과 풍성한 오곡백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 아담의 죄로 인해 땅도 저주를 받아 거친 황야가 되고 말았다. 인간은 이제 죽도록 고생하고 이마에 땀을 흘려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운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인류의 원조가 지은 죄로 말미암아 모든 후손에게 적용되는 이 운명을 원죄의 상황이라고 한다. 인류가 이 원죄의 상황속에 있는 한 죄와 죽음과 고통의 굴레속에서 끊임없이 허덕이며 살 수 밖에 없다. 이 세계는 또한 세속적, 성적,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죄를 거듭하는 세계가 되며 실로 사탄의 세력에 내던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이러한 상태에 그대로 놓아둘 수 없으셨다. 하느님의 정의대로는 인간이 벌을 받아야 했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는 구원의 방법을 주셔야 했다.
즉 구세주의 약속이다. 하느님께서 뱀에게 벌을 내리실때『너의 후손은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3, 15) 고 하셨다. 즉 이것은 사탄이 인류를 공격하지만 여인의 후손으로 태어나실 구세주를 통해 사탄은 패망하고 말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을 하느님께서 최초로 인류에게 여인의 후손을 통해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게 하신다는 기쁜 소식으로서 원시복음 이라고도 한다.
하느님은 장차 구세주를 보내시기로 약속하시고 인간의 잃었던 은혜를 복구해 주시는데 이것이 복락원의 계획이다. 그것은 마침내 인간 여인의 후손중에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의 몸을 빌려 성령의 능력으로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죽으심과 부활을 통한 구속행위로써 이루어졌으며, 이것을 믿고 세례를 받아 은총속의 삶을 살아갈때 하느님과의 신적생명은 복구되며, 죽음너머의 영생이 약속되는데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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