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은퇴 후 프랑스어, 영어에 이어 한국어까지 3개 국어로 성경을 필사하고 있는 유재국 신부.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성경을 쓰면서 가까이서 하느님과 만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2007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유재국 신부(85·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경필사를 하며 주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긴다.
유 신부의 성경필사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성경을 필사하고 있다는 것. 유 신부가 ‘프랑스어’로 성경 필사를 시작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960년 6월 29일 그가 사제서품을 받은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는 인연 때문이다. 유 신부에게 프랑스는 ‘낯선 타국’이 아니라 젊은 청춘을 보냈던 ‘추억의 장소’인 셈이다.
“프랑스는 저에게 있어서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성경 필사도 프랑스어부터 시작하게 됐지요.”
유 신부는 은퇴 후 처음으로 시작한 프랑스어 성경 필사를 완필하고, 영어 필사까지 마친 후 현재는 한국어 성경 필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에는 자신이 사목했던 서울 청담동성당에서 그간 쓴 성경 필사본을 전시하기도 했다.
유 신부가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금까지 써온 성경 필사본만 20권이 넘는다. 그가 안내한 서재에는 지금껏 필사한 성경 필사본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매일 꾸준히 앉아서 필사를 하는 그의 작은 책상에서는 유 신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예전에는 매일 4시간씩 성경필사를 했는데, 요즘에는 손목이 아파 1시간 정도 필사를 하고 있다”는 유 신부의 얼굴에서는 잔잔한 미소가 넘쳤다.
그는 자신이 만나는 교우들에게 성경필사 권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성경을 필사하는 것은 단순히 쓴다는 의미만을 가진 행위가 아닙니다. 성경을 쓰는 것은 기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유 신부는 “한국어로 성경 필사를 끝내고 나면 일본어로 성경을 쓸 예정이다”며 성경 필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