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996년부터 해마다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내고 있다.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특정 단체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 전체가 실천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교구에선 우리 농촌과 농민을 살리고 도농 간의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교구는 우리 농촌과 농민을 위한 활동을 어떻게 펼치고 있을까?
■ 농민과 함께하는 교구
교구에서 가장 먼저 우리 농촌과 농민을 위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단체는 교구 가톨릭농민회다.
1973년 7월 17일 한국가톨릭농민회 경기지구연합회로 창립한 교구 가톨릭농민회는 여주, 안성, 화성 지역에 협의회를 설립하면서 교구 내에 공동체를 형성했다. 현재 안성과 두물머리 지역을 중심으로 71명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교구 가톨릭농민회는 가톨릭정신에 입각한 친환경농법에 따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우리 농산물을 보급해나갔다. 1997년에는 안성군 고삼면에 우리농마을 1호를 지정하고, 50농가가 함께 오리농법을 활용해 유기농 쌀을 생산했고, 해마다 ‘오리넣기’ 행사를 진행했다.
자연에서 소출을 내며 자연 환경에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만큼, ‘창조질서’를 지키는 일에도 앞장섰다. 교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이뤄진 다양한 교회 환경활동에 연대했고, 교구 역시 농민과 함께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에서 퇴적물이 쌓여 유기질이 풍부한 농토로 다양한 유기농작물의 수확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2009년 4대강 사업 공사구간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팔당 상수원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두물머리에서의 영농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퇴비가 아닌 발효 유기질 비료만 사용하는 두물머리 유기농업으로는 질소와 인이 하천으로 흘러가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토양의 유실도 막아 오히려 환경보호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장에 반박했다.
이에 교구 주교와 사제, 신자들은 3여 년간 두물머리에서 농민들과 함께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농민들 곁에 섰다. 마침내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두물머리 유기농지의 농민들과 대화하고 4대강 사업 추진본부와 조율해 두물머리에 ‘생태학습장’을 조성, 두물머리를 보존하고 창조질서보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재안을 이끌어 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통한 동참
1994년 주교회의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설립하면서 교구도 같은해 12월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교구 우리농)를 창립했다.
교구 우리농은 농촌에서는 농업살림을, 도시에서는 밥상살림을, 나아가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교구 우리농은 교육사업을 통해 신자들이 생태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물류사업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담은 농산물을 도시에 전하면서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교구 우리농은 2000년 11월 기념심포지엄을 통해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을 알리고, 2005~2011년에는 우리농 생명학교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을 펼쳐왔다. 이후에도 각 본당을 방문해 우리농 교육을 실시했다.
전국 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된 물품을 교구 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도 교구 우리농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하는 물품은 엄격한 수확기준에 따라 무농약 혹은 저농약으로 재배된 농산물이다. 특히 GMO 등의 유전자조작식품이 없어, 안전한 먹거리로 유명하다.
교구 내에서는 38개 본당이 성당 내에 우리농 매장을 설치해 운영 중이고, 본당에서 매장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20여 개 본당이 교구 우리농이 유통하는 농산물을 구매해 신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교구 신자들이 우리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활동에 동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근의 우리농 매장을 이용하거나 홈페이지(www.wrn.kr)를 통해 친환경 먹거리를 구매한다면, 우리 건강도 챙기고 농민들을 돕는 활동도 실천할 수 있다.
교구 우리농에 소비회원으로 가입하고 교구의 우리농 소식을 받아보면서 우리농 물품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한 실천 방법이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교구 우리농에 전화(031-258-8551)로 가입을 한 후 가입비와 출자비를 내면 된다.
우리농 설립 10주년 기념 미사(2004년).
유기농 쌀 생산을 위해 논에 오리를 넣고 있다(2007년).
친환경 농업으로 수확한 과일들(2013년).
우리농 매장 물품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