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하게 소통하기
부모-자녀 ‘대화 단절’ 불러온 스마트폰
적절히 활용하면 훌륭한 ‘소통의 도구’
중고생 3명 중 1명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
‘노모포비아’ ‘팝콘 브레인’ 등 문제 일으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미디어교육’
올바른 사용 통한 부모-자녀 소통 도와
현대 청소년들의 일상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러한 스마트 미디어들이 과연 삶에 ‘플러스’만 됐을까? 가장 대표적으로, 부모 자녀 간 대화 수준이 ‘마이너스’가 됐다. 스마트 미디어가 유익한 소통이 아닌, 가족 간 단절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교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스마트 미디어 과의존 예방 및 해소 전문강사들은, 부모들이 스마트 미디어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인식해 자녀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건강한 대화를 통해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도 “스마트 미디어의 과다한 사용은 사회적인 문제이고, 가정과 교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매스컴위는 미디어 환경의 실태와 착한 스마트폰 활용 방법 등을 공유하는 ‘미디어 교육’의 장을 7월 9일 서울대교구청 3층 강의실에서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미디어 변화에 따른 부모 자녀 소통 방법’을 주제로 연 이번 교육에서는 이철수(프란치스코) 연세대 생활협동조합 상임이사, 오현희(체칠리아)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성가정상담팀장, 김기환(레오) 사단법인 한국인성창의융합교육협회 인성창의교육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이들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마트 기기, 특히 ‘스마트폰’을 부모-자녀 ‘소통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알아본다.
■ 스마트폰 ‘과의존’ 급증
한국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증세(‘2016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미래창조과학부)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 버스와 지하철에서, 심지어 걷는 도중에도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이른바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 합성어)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 이용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이용 조절능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중독’은 질병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밝히고, ‘과의존’으로 순화해 사용한다.
이철수 상임이사는 이번 교육을 통해 이러한 스마트폰 과의존은 유·아동, 청소년, 성인, 60대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연령대에서 인터넷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임이사는 “특히 자녀들은 ▲정보 검색 등의 편리함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 수단 ▲재미 등 다양한 이유로 스마트폰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인터넷 미디어 과의존이 높아지면, “거북목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 사이버 불링, 노모포비아(No 없음, Mobile-phone 휴대폰, Phobia 공포), 팝콘브레인 등의 문제를 겪을 뿐 아니라, 부모님과의 갈등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란 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은 뇌 상태가 팝콘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빠르고 강한 정보에만 반응하고,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김민수 신부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면 점점 집중력이 저하될 것”이라면서 “이 현상이 심해지면 묵상하고 자기반성을 해야 하는 신앙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갈등의 원인에서 소통의 도구로
“부모가 스마트폰을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소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 교육에 나선 강사들은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이 상임이사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를 각각 ‘빅브라더(Big Brother)’와 ‘스몰 시스터(Small Sister)’로 설명했다. 부모세대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 예측이 쉬운 반면, 자녀세대는 개인별로 움직이는 데 익숙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통제하고 압수하는 등 물리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심이나 분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을 어떤 용도로 얼마나 사용하는 지 정확히 파악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필요한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서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상임이사는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녀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학교생활과 친구관계는 어떤지, 최근에 느끼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강의에 참석한 한 부부는 “자녀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SNS를 통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후 부부가 함께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에 관심을 갖게 돼 교육에도 함께 오게 됐다”고 밝혔다.
오현희 팀장은 이번 교육에서 부모와 자녀간 갈등을 해결하는 대화법으로 ‘자존감을 살려주는 대화’를 강조했다.
오 팀장은 “자녀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 ‘괜찮아’, ‘수고했어’ 등 따듯한 위로의 말”이라면서“‘니가 그럼 그렇지’, ‘옆집 철수는 스마트폰 끊었다더라’와 같은 말 보다는, “아~ 그랬구나”처럼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를 하라“고 당부했다.
7월 9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미디어 교육.
■ 착한 스마트폰 활용
김기환 교수는 강의에서 가족을 위한 앱, 함께 꿈을 키우는 앱 등 자녀 정서교육에 도움이 되는 앱을 소개하고 사용법을 설명했다. 주변 장소를 기준으로 즐길 거리를 추천해주는 ‘구글트립’, 별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카이 맵’ 등 자녀들과 함께 야외에서 활용하면서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앱도 소개했다.
특히 김 교수는 앱을 활용한 신앙교육도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톨릭 관련 앱을 알려줘, 자녀 스스로 신앙생활에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교구별 성지 정보를 지도와 함께 자세히 제공하고, 나의 현재 위치 주변의 성지도 곧바로 찾을 수 있는 ‘가톨릭성지’ 앱 등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실제 이 앱을 활용해 주일학교 아이들과 몇 차례 서울에 있는 성지투어를 다녀왔다”면서 “스마트폰을 신앙생활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전했다.
한편 이철수 상임이사는 이번 강의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과의존을 예방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성당 공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상임이사는 “성당이 단순히 주일학교나 어른들을 위한 카페 등에 머물러 있기보다, 어린이 도서관과 키즈카페, 체육관 등 유·아동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찾아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