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올 엄마! 요즘 제 몸이 작은 손가락만 했으면 해요. 그래서 엄마가 어딜 가셔도 저를 주머니속에 넣고 다니시고, 제가 엄마보고 싶을 때 콕콕 찌르면 엄마가 꺼내 보시고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엄마랑 단1초도 떨어지지 않을텐데 떨어지고 싶지도 않아요. 엄마, 슬슬 잠이 오네요. 하느님안에서 엄마와 만날 수 있도록 또 이밤 꿈속에서 엄마 손잡고 시원한 냇가를 거닐수 있도록 주여 축복해 주소서. 그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것은 아직도 내안에 생명이 살아 있다는 것』<중략>
『어마마마 이곳에서는 취침 나팔을 불면 사방 여기저기에서 함성과 구호가 튀어 나와요. 그런데 그중에서「어무이 오늘도 못나갔네요. 내일은 꼭 나가겠지요」라는 말이 제 마음을 아프게 찌릅니다. 사실 저도 한번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그 어떤 체면 때문에 주저주저 했는데 오늘 저녁에는「어머님 건강하세요」를 크게 외쳐봐야 되겠습니다. 드리시나 잘 귀를 기울여 보세요』<중략>
『어머님 오늘은 다른 날보다 무척 무더운 날씨군요. 1평반도 못되는 작은 독방속에 폭염은 정말 제 자신의 과거를 씻어내는 죄 씻음의 살아 있는 현장 같군요. 어머님 그러나 제가 흘린 이 땀들이 과연 저의 무지한 탓으로 귀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 분에게 얼마만큼의 죄값이 되고 그 가족분들에게는 어느정도의 위안의 만족감을 주고 있는지…사형수리는 생활속에 매일 십자가에 달리는 연습과 그 연습을 통해 가지는 피해자분들의 아픈 마음을 그리고 깨닫게 되는 생명의 고귀함, 어머님 제 몸을 타고 떨어지는 땀들이 얼만큼의 제죄를 씻어줄까 생각하며 저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지난날의 이기주의적인 삶, 남의 고통을 조금도 생각지 않던 그 죄의 생활을 지금의 심자가가 조금이라도 지난죄를 씻어줄까 하는 마음은 이곳 삶에서 항상 느끼는 저만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영접하며 생을 마치는 그날 까지 한순간이라도 정직하게 참삶을 살아보려는 제마음 모두가 죄를 씻기위한 노력이었읍니다.
정말 모든 과거를 버리고 이젠 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저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십자가에 매달수 있는 그런 주님의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흘리는 땀이라면 이 땀이 강물이 되고 제몸이 다 녹는다 하여도 저는 정말 기쁘게 웃으며 하느님을 바라봅니다. 사랑의 어머님, 기도 해 주세요. 다시는 저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요. 전 그것으로 족합니다. 어머님,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저의 모든 사랑 하느님 사랑과 합하여 오늘도 어머님의 작은 함속에 고스란히 채워 둡니다.』<중략>
어느 신부님께서『사형수들의 진정한 통회가 부럽다』고 하실만큼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점, 무더운 여름날 자연적으로 흐르는 땀방울 하나에도 속죄 행위로 받아들이려고 매일 매순간 십자가에 달리는 것같은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 시키려 애쓰며 노력하는 그 모습이 거룻하게 까지 느껴진다. 선악의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하늘아래 죄인이긴 마찬가지인데 편지를 읽으며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