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 형법중 낙태에 관한 조항의 개정이 일법예고 되어 찬반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바 이는 개정의 결과 낙태의 허용범위 확대로 인한 낙태의 보편화 내지는 사실상의 합법화가 크게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낙태 즉 임신인공중절의 법적허용여부는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개발도상국가 및 구미 선진 각국에서 저마다 진통을 겪고 있는 난제중의 난제로 되어 있는데 인구조절의 필요성에 따라 국법으로 허용 또는 금지를 반복했던 공산주의국가와 무조건 금지를 택하고 있는 소수의 가톨릭국가를 제외하고는 오랜 찬반갈등의 와중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몇 가지 의학적 또는 사회적 허용례를 규정하는 제한적 허용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그러나 이 제한적 허용이라는 중립 또는 타협적 입장이 도리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제한의 범위와 허용의 범위를 놓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며 법의 운용에 따라서는 사실상 무제한 허용상태로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한 입법은 함부로 서둘거나 섣불리 강박 함으로 될 일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상당기간동안 폭넓게 수렴하는 진지함과 신중함이 절대필요하다.
문제의 요체는 첫째, 낙태의 대상인 태아를 생존권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 간주 할 것인가? 둘째, 낙태수술의 합병증과 그 위험은 무엇인가? 셋째, 낙태수술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물음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첫째 문제로, 낙태의 희생물이 되는 태아의 생명관인데 현재 크게 상반된 두가지의 견해로 나뉘어 서로의 정당성을 무한배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 하나는 주로 구미의 여성해방론자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 PRO-CHOICE 즉 선택권우선파로 현재 임신중인 태아를 낳을 것이냐 말것이냐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임신여성 자신에게 있으므로 낙태는 전면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PRO-LIFE 즉 생명권우선파로 태아의 생명은 수태된 순간부터 완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되어야 하므로 낙태는 명백한 살인행위이며 따라서 어떤 이유로도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후자의 입장은 수태된 순간부터 원천적으로 낙태를 불허하다는 의견이기에 임신의 시기에 따른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전자의 경우에는 수정란 그 자체가 이미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인간개체라는 엄연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임신의 어느 시기부터를 법적으로 한 인간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로 다시 혼미하다.
여러가지 관점중에 이 문제에 관한 가장 전형적인 입장을 미국의 예에서 찾을 수 있는데 임신기간 40주 10개월을 3등분하여 그 제1분기에 낙태의 결정권은 순전히 임신여성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으로 하등의 법적인 규제대상이 되지 않고 제2분기에는 모체의 건강보호를 위해 법으로 특별히 규정하는 경우이외에는 허용되나 제3분기에는 모체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태아가 성숙한 기간이므로 모체의 생명이나 건강유지의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이외에는 엄격히 규제한다라는 것이다.
난자와 정자로부터 각각 23개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수정난은 부모의 형질을 그대로 받아 부모와 똑 같은 인간의 모습과 기능을 재현해내는 모든 형질인자와 생존 및 성장능력에 완벽하게 갖춘 개체이므로 이는 완전한 하나의 인간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이 수정란은 수정 즉시 발생에 들어가 간단없이 인간의 모든 형태와 기능을 갖추기 위해 세포분열과 기관형성을 계속하여 수정한 제3~4주가 되면 이미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5~6주가 되면 벌써 뇌파가 감지된다. 제7주가 되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약 8주가 되면 비록 3센티미터도 채 안되는 신장이지만 외형상 남녀의 성구별은 물론이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신체의 부위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부피만 늘고 기능만 성숙해가면 열달 후에는 어엿하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연속되는 이 생명과정의 어느 시기에 금을 긋고 여기까지는 인간이 아니고 여기서부터 비로소 인간이다라고 판정할 구획은 짐짓 없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뱃속에서 말을 하지 못 하고 기억력이 없으며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하여 아직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낙태수술로 태아를 파괴제거 하여도 무방하다는 생각은 너무나 단순하고 비정하며 비논리적이다.
인간의 지식과 관념이 미숙했던 시기에는 다만 태어나는 순간부터를, 그 다음으로는 태아의 움직임이 모체에 의해 주관적으로 감지되는 5-6개월부터를 사회윤리 또는 법적인 차원의 인간으로 간주하는 예들을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의학적으로 모체 밖에서 살리 수 있는 태아의 한계체중 또는 한계임신개월수가 이를 모호한 기준들 대신으로 고려되고 있는데 나라, 병원 또는 의사에 따른 의술의 차이에 따라 대략 500-1000그람에 6-7개월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전의 태아는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는 어떤 시도도 무리이며 억지임을 생명과학은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 모든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한계설정은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이라는 과학적인 사실 앞에서는 모두가 부정확, 불확실, 불명확 하다. 인간의 편의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것이기에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영구불변의 공리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수태된 순간부터 완전한 인간이며, 그러므로 낙태 그 자체가 인간에 대한 더 할 수 없는 모독행위임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수태 된 뒤 얼마나 지나서부터를 하나의 인간으로 볼 것이냐와 그러한 기간이 되기 전에는 합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서부터 금지할 것이냐 등의 논쟁은 원천적으로 부질없는 일이다.
둘째로 낙태수술의 합병증과 그로 인한 위험에 대하여 살펴보자.
최근 의술의 발달과 위생상태의 호전으로 인하여 낙태수술 후의 합병증은 상당히 줄어 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낙태수술의 합병증으로서 대량출혈에 의한 빈혈 또는 쇽, 감염증으로 인한 패혈증, 자궁천공등의 손상으로 인한 내성기적출, 이들 중증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낙태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실시한 전신 또는 정맥마취의 합병증에 의한 사망등 정도에 따라 모체의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중증 합병증의 위험은 언제나 상존한다. 특히 비합법적인 낙태시설인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사실이다.
다음 임신의 초기 유산, 중기 유산, 습관성 유산, 미숙아 분만, 자궁외 임신,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등의 임신후유증 또한 드물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불임상태로 영영 자녀를 가질 수 없는 불행한 처지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자녀는 없애고 싶을 때 없애고 낳고 싶을 때 낳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철없고 무지한 임신철학인가는 이런 낙태수술 합병증 또는 후유증을 당하고 나야 비로소 깨닫게 되며 낳아 기르는 자녀들이 씩씩하고 귀여울 수록 낙태로 지워버린 자녀들을 낳아서 길렀다면 똑같은 자녀가 되었을 것이라는 깊은 자책과 죄의식으로 벗지 못 하고 심지어는 정신질환까지 얻는 예도 한 둘이 아니다.
맞벌이를 위해, 터울조절을 위해, 모르고 감기약 한 두번 복용했다고, 잠시 약간의 출혈이 보인다 하여, 입덧이 심하다 하여, 남편과 불화중이라 하여, 너무나 쉽게, 너무나 당당히, 너무나 집요하게 낙태를 결심하고, 조르고, 결행하고 나서 너무나 개운해 하고 너무나 쉽게 잊어 버리는 요즘 여성들은 너무나 무심하고 부정하고 너무나 단순하고 이기적인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는 총낙태수가 총분만수보다 더 많은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1960년대부터 가족계획사업이 경제발전의 기초사업으로 추진된 이래 낙태의 법칙규제는 완화된 가운데 도시에서 농촌으로, 부유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특히 터울이나 자녀수를 조절할 목적으로 하던 기혼중년층보다는 개방된 성풍조를 평승한 미혼약년층 또는 자녀출산을 기피하는 신혼여성들의 낙태건수가 훨씬 높은 개탄할 사태로 발전되어 있다. 40~44세여성의 낙태경험율은 65%이상, 그중 서울은 70%이상이었으며 미산부 47%, 미혼여성의 3분의 1이상, 20대이하가 전체 건수의 69%의 낙태가 자행되고 있다. 현재 낙태총건수는 정상 분만의 약 2배가 넘는 1백50만여건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남아 선호사상에 의한 무분별한 낙태수술의 결과 첫째 자녀의 성비는 그런대로 남녀균형을 유지하다 둘째 이후의 성비는 지역에 따라 심지어 2백~5백대 1의 극심한 남아 편중현상을 나타내는 실정이다.
마지막 문제로 낙태수술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을 미리 줄이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고 태만하지 않을까? 적절하고 확실한 피임방법의 사용 바로 그것이다.
여러가지 피임방법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시중에 많이 널려있는 책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방법들이 사용되지 않고 사후에 그리도 많은 낙태를 양산하고 있을까? 이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중진국의 건축기술을 의심케 하는 아파트나 교량의 부실공사, 세계 제3위를 자랑하는 교통사고와 사망건수, 수많은 행정재정사업의 무계획한 시행착오등이 우리의 국민의식수준을 후진국 수준으로 뒷걸음질 치게 하는 오늘의 사회현상과 아무 것도 다를바 없는 무책임과 불성실의 합창인 듯하다. 낙태률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이들을 위해 특히 자연 피임법이 고도로 개발되어 있고 전국의 성당이면 어느 곳에서나 배울 수 있거나 안내받을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성주기가 대략 1주간의 짧은 가임기와 2주이상의 비교적 긴 불임기로 분명히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아주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교통도덕과 법규를 잘 알고 잘 지킴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할수 있듯이 남녀간의 사랑은 인륜도덕의 건전한 사고방식위에 임신생리를 잘 터득한 연후에라야 원치 않는 임신의 무책임하고 부절제한 낙태의 양산을 방지 할수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낙태의 허용범위를 넓히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조치를 서둘기 전에 시행 또는 개선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의료보험제도등의 합리적인 개선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에 의하지 않고도 품위를 유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일과 미혼모등 부득이하게 낳은 신생아들을 받아 양육할 수 있는 보육기관들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 청소년들을 비롯한 가임여성 및 남성들에 대한 성교육에 임신생리등의 내용을 추가하여 차원높게 범국가적으로 실시하는 일등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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