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의 신비와 의미◆
수정과정 아직 신비에 싸여
흔히 인체를 작은 우주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 인체의 생리기전이 우주의 신비에 비교될 만큼 오묘하며 아직 그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 인체의 신비중에서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임신과 분만은 의학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한 인간의 삶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본란에서는 임신에 관련된 현재까지 확인된 의학적인 사실을 간단히 소개함으로써 임신에 대한 일반인의 막연한 개념을 구체화 시킴과 동시에 임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여 임신의 신비와 그 의미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임신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련되는 호르몬들의 상호작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신은 그 첫단계로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되고 이것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수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정상적인 내분비기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수정이 가능한 난자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난소가 해부학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완전한 정상상태 이어야 한다. 즉 난소는 성숙된 난자를 생성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이를 배출하는 배란기능이 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난소가 이러한 정상적인 기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난소의 기능을 조절하는 뇌하수체 (뇌의 밑부분 중앙에 위치하고 그 크기는 약1㎝정도이고 무게는 약0.6g으로 뇌의 사상하부와 연결되어 있고 7가지의 호르몬을 분비하고 있다) 의 정상적인 기능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즉 뇌하수체에서 2가지의 성선자극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 황체화호르몬)이 혈액내로 분비되어 혈류를 통하여 난소에 도달하여 난소는 이들 호르몬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 호르몬중의 하나인 난포자극호르몬은 난소에 작용하여 난자의 성숙을 촉진하며, 황체화호르몬은 역시 난소에 작용하여 배란을 유도하고 난소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성공적인 착상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난소에서 분비된 호르몬은 다시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뇌하수체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또한 이러한 뇌하수체 호르몬의 분비는 뇌하수체 자체의 기능만으로 이루어 지는것이 아니고 뇌하수체 상부에 위치하고 뇌하수체와 해부-기능학적으로 연결된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의 조절을 받고있다. 즉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사이에 존재하는 특이한 혈관계통을 통하여 뇌하수체로 전달되어 뇌하수체에서의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시상하부 호르몬은 대뇌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다소 조절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수정될 수 있는 난자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난소, 난소기능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성선자극호르몬을 생성 하고 분비할 수 있는 정상적인 뇌하수체, 또 뇌하수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정상적인 시상하부와 시상하부 호르몬을 적절히 조절하는 대뇌 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여성에서 정상적으로 주기적인 배란과 월경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배란된 난자는 난관을 통하여 자궁쪽으로 이동된다. 물론 이때에도 난관내의 적절한 환경과 호르몬이 난자의 정상적인 이동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후 난관의 자궁쪽으로 이동된 난자는 남성의 정자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염색체와 어머니의 염색체가 합쳐 부모의 유전적인 특징이 전달되게 된다. 이러한 수정도 극히 복잡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아직 규명되지 못한 신비로운 과정을 거침으로써 가능하다. 이렇게 수정된 난자는 다시 다음으로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착상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정상적인 난소기능과 자궁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착상된 이후 수정난자는 자궁내에서 여러단계를 거쳐 태반이 생기고 착상후 약 13일에 태아의 기본구성조직이 발생된다. 이후 태반을 거쳐 영양분이 태아에 공급되고 태아에서 생기는 대사산물은 역시 태반을 통하여 어머니쪽으로 배설된다. 또한 태반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인형성모성선자극호르몬 등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호르몬들이 분비되어 정상적으로 임신이 유지되게 한다.
한편 남성의 경우 임신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정자가 생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상적인 정자형성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자를 생성할 수 있는 해부학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정상적인 고환의 기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고환의 기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성 난소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고환의 기능조절과 유지에 필수적인 성선자극호르몬이 뇌하수체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한다. 동시에 뇌하수체 호르몬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및 대뇌 신경전달물질이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또 그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분비된 성선자극호르몬은 고환에 작용하여 성숙된 정자를 생성하고 또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생성된 남성호르몬은 다시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고환에서의 남성호르몬이 항상 알맞게 분비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생성된 정자는 발기와 사정이란 과정을 거쳐 자궁내로 배출된다. 물론 이때에도 정자가 배출되는 해부학적인 경로가 정상이고 또 사정과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통의 정상적인 기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사정은 1회에 약6천만개 이상의 정자가 정상적으로 배출되며, 이중 단 1개의 정자만이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수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배출된 정자들중 약 60% 이상이 정상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되고 또 정상적인 운동성을 나타내어야 한다.
이상 임신이 이루어지기 까지 여성과 남성에서 필요한 조건과 그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위에서 언급된 과정은 현재 알려지고 있는 지식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며, 또한 아직 알려지고 있지않은 사실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과정만을 이해하여도 임신이 이루어지기 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되고 또 이러한 각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어느 한 기관만이 정상기능을 필요로 하지않고 많은 우리 인체기관이 정상적으로 상호작용하여야만 함을 이해할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임신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수없는 축복이며 우리 스스로 그 과정을 소중히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새로운 생명에 대해 성실한 의무를 다하여야 할것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된다.
손호영 <가톨릭의대내과학교실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