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새 교리서(가톨릭교회의 교리서) 준비 상황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87년 10월 세계 주교 시노드에 옵서버로 참석할 때였다. 당시 새 교리서 편찬 책임자인 신앙교리성 장관 리칭거 추기경은 1985년 세계 주교 시노드 제2차 임시총회에서 교부들이 교황님께 제출한 건의에 따라 시작된 새 교리서 편찬작업의 중간 보고를 했었다.
여러 단계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새 교리서가 프랑스어판으로 첫 선을 보인 것이 1992년 11월 16일이었다. 필자는 가톨릭신문사의 요청에 따라 이 프랑스어판을 사용하여 새 교리서의 내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봄 이태리어판이 출간되었고 현재 교황청 국무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프란체스코 몬테리시 대주교님께서 이태리어판을 보내주시어 프랑스어판과 함께 사용하였다. 이 기회에 몬테리시 대주교님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리고 이태리어와 프랑스어로 출간된 여러 해설서들도 참고하였다.
1992년 12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장엄하게 봉헌된 이래 새 교리서는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카탈로니아어 폴란드어 말타어 루마니아어 슬로베니아어로 3백만 부가 발간되었고, 지난 1994년 5월 우여곡절 끝에 영어판이 출간되어 미국에서 만1백50만 부가 발간되었으며 현재 한국어 스와힐리어(아프리카) 아랍어 타갈로그어(필리핀) 스웨덴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헝가리어 노르웨이어 플란더즈어 등으로 발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 교리서는 한 대목이 끝날 때마다 독자들이 거기서 다룬 핵심 주제들을 간추려서 기억하도록 도와주려는 뜻에서 각 대목의「요약」을 싣고 있다. 이 요약은 암기용으로도 매우 쓸모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새 교리서의 중요한 내용을 가능한한 빨리 전달하기 위해 전부 5백42개 항에 달하는 이「요약」부분의 전문을 그대로 번역해서 소개했다. 새 교리서가 전부 2천8백65개 항으로 되어 있으니 거의 20퍼센트에 가까운 분량을 번역한 셈이다. 애초에 20~30회 정도로 예정했던 연재가 55회에 가서야 마무리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제목은「새 교리서 해설」로 붙여졌지만 필자는 해설보다는 새 교리서의 내용을 균형 있게 간추리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러한 작업도 교리 전문가가 아닌 필자에겐 어쩌면 만용에 가까운 일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겁없이 착수한 것은 이 새 교리서가 교회와 세계에 지니고 있는 비중이 실로 막중하며, 이러한 새 교리서의 내용을 연구하고 그것을 한국의 모든 신자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리는 데에 미력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하는 일념 때문이었다.
연재를 거듭하면서 필자는 새 교리서에 담겨 있는 현대적이며 심오한 뜻을 지닌 내용을 익히는 데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혹시 필자의 무지로 의미 전달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을 함께 맛 보았다. 그동안 아낌없는 격려로 필자에게 이러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에 커다란 힘이 되어준 가톨릭신문사에 이 기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그동안 익명으로 연재하던 것을 이제 와서 이름을 밝히는 까닭은 그동안 혹시 내용상 오류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필자의 탓임을 늦게라도 밝히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새 교리서는「로마 교리서」이후 실로 4세기 만에 편찬된 가톨릭교회의 표준 교리서로 전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더욱 충실히 실천하여 2천년대의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침서라는 데에 커다란 뜻이 있다. 그것은 신앙의 정체성을 위한, 신앙의 전달을 위한, 교회의 교리 교육을 위한 지침서이다.
그것은 지역 교회의 새 교리서를 위한 지침서이다. 이러한 지침서를 기준으로 하여 한국 교회의 실정에 맞는 새 교리서가 하루 빨리 편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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