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천사들의 자활 터전을 마련해 주세요』
9명의 정신지체 장애인 딸들과 이들의「엄마」이정례(유리안나)씨가 가정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곳「사랑손」에는 요즘 방 안에 모셔진 성모님에게 매일 이 같은 간절한 기도가 바쳐지고 있다.
서울 사당4동 언덕배기의 전셋집을 집 주인 할머니에게서 기증 받은「사랑손」은 『20여 년이 넘은 이 집을 허물고 보다 나은 자활 공간을 꾸며보고 싶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한 달 살림을 꾸려가기조차 벅찬 이들에게 새 집 건축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50여 명 남짓한 후원회원들이 보내주는 월 50여만 원과 미역 메주 등을 시장에서 떼어다 팔아 남는 수익금, 헌 옷을 모아 아현시장에 나가거나 직접 카드 액자 등을 제작, 판매해야 빠듯이 맞아 떨어지는 한 달 생활비 때문에 엄마 이정례씨의 하루는 늘 분주하기만 하다.
그가 정상인도 아닌 세 살배기와도 같은 무의탁 정신지체 장애인 9명을 딸로 삼고 그 뒷바라지에 자신의 온 정열을 바치게 된 것은 지난 89년 5월의 일이었다.
수도복을 벗은 후『수도자로서는 할 수 없었던 가장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정을 이뤄 보겠다』는 다짐을 해왔던 그가 우연히 친구 수녀로부터『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돌보라』는 권유를 받고『정신지체 장애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정 밖의 울타리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자란 장애인들에게 엄마 같은 사랑스런 손길을 느끼게 해주겠다』던 그는 요리책을 3권이나 복사해 매일매일 다른 식단을 준비하던 일이나 제대로 대소변을 볼 줄 모르던 장애인들에게 화장실 사용법, 휴지 쓰는 법, 식사하는 법, 기도하는 법, 설겆이, 청소 등을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았다.
9명의 딸들을 공중목욕탕에 데려가 일일이 씻겨 줘야 하는 고된 노동보다는 장애인이 단체로 목욕을 왔다고 쫓아내는 목욕탕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었다.
단독주택을 헐값에 얻어 좋아했던 것도 1년 남짓. 전세값을 올려 달라는 주인의 성화에 못이겨 급히 거처를 옮겨야 했던「사랑손」가족들은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3평짜리 방 한 칸에 모두가 함께 잠을 자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바뀐 생활 환경은 어렵사리 가르쳐 왔던 그의 딸들의 생활 습관들을 모두 원상태로 돌려놓고 말았다.
『엄마에게는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을 주고 인내심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정신지체 장애인들조차도 변화합니다. 칭찬과 사기를 북돋아 주니 30년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심지어는 걷지조차 못했던 우리 딸들이 조금씩 변화를 보이는 것이었요. 이제는 스스로 밥 먹고 설겆이도 하며 잔심부름도 곧잘 합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정신지체 장애인도 자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 그는 기증 받은 이 집에 4층짜리 건물을 지어 조기교육실, 특수교실, 작업장, 그룹홈과 헌 옷 상설매장 등을 마련, 이웃의 자선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비록 내가 장애인들의 엄마라고 자청하고 나섰지만 사실 우리 딸들은 나만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들 도와주시는 모든 엄마들의 딸이기도 하다』는 그는『자선이란 바로 우리가 모두 한 가족이며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뜻 있는 분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도움 주실 분= 국민은행 037-21-0568-412(이정례), 지로 7529348(이정례)
※연락처=(02) 525-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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