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내려다 보시며 그 멸망을 내다보며 눈물을 흘리신 일을 기억하고 있다(대목 279). 성지주일이었다. 또 바리사이파들에 대한 마지막 경고 끝에 역시 예루살렘의 운명을 한탄하셨다.『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희 집은 하느님께 버림을 받아 텅 빈 폐허가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제자들은 들었다(대목 304).
이 말씀에 제자들은 충격을 받은 듯 그 충격을 누그러뜨리려는 듯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을 나오면서 주님께 말씀드렸다.『스승님 저것 보십시오. 저 돌 하며 건물 하며 얼마나 웅장하고 볼 만합니까』성 화요일 저녁이었다. 전통적인 종교 감정으로 보나 성전 건축물의 웅장함으로 보나 누가 봐도 그 건물은 영원한 하느님의 집으로 보였다.
예루살렘 성전은 유다인들의 민족적인 자부심의 집합이었다. 랍비들의 말대로 성전의 건축물을 보지 못한 사람은 화려한 건축물에 대하여 말할 자격이 없다. 들쑥날쑥하게 엇갈리게 쌓은 돌벽은 파도와도 같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너희가 지금 쳐다보고 감탄하여 마지 않는 그 집은 이제 돌 하나도 제 자리에 남아있지 않고 부수어질 것이다』예수의 예언이었다.
제자들에게 알려주시는 이 말씀은 전에 유다인들에게『너희의 집은 황폐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보다 더 강도 높고 암담하게 들렸다. 예수의 일행은 성전의 계단을 내려와 케드론 계곡을 건너 올리브산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제자들을 앞장서서 가시면서 위대한 예언자로서 조국의 종교적인 중심인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는 광경을 미리 내다보시듯 예수께서도 슬픔에 잠겨 계셨다.
제자들도 이제는 일의 중대함을 느끼면서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졌다. 거룩한 시온성 예루살렘의 멸망은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조국의 멸망을 뜻했다. 예루살렘 성전은 솔로몬 왕이 기원 전 966년경 하느님께 지어 바쳤고(열왕상 6, 2) 하느님은 솔로몬에게 그 안에 거처하시겠다고 약속한(열왕 상 6, 13) 거룩한 성전이었다.
그 후 기원 전 926년에 에집트의 시삭의 예루살렘 침공으로 성전이 약탈 당하였고(열왕 상 14, 25) 598년에는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의 나브꼬로노솔(=느브갓네살) 왕에게 점령 당하고 온 백성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다. 589년경 예언자 에제키엘이 예언한 대로 (에제 24장) 예루살렘은 점령되었고 성전이 파괴되었다(열왕 하 25, 1~8). 기원 전 169년에는 시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하였고(마카상 1, 16 이하: 마카하 5, 15 이하: 다니 11, 24~28), 이어 167년에는 예루살렘에서 대학살이 자행되었다(마카 상 12, 9 이하: 마카 하 5, 24 이하: 다니 11, 30).
이 역사적 사실들을 잘 알고 있던 제자들은 놀랐고 무서워졌다. 올리브 산마루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예수님 옆에 바싹 다가앉았다. 베드로를 위시하여 그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 형제였다. 그들은 조금 전에 예수께 그 화려함을 경탄하던 성전을 내려다보며 여쭈었다.「그런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날 때에 어떤 징표가 있을 것입니까?」
이 질문에는 제자들을 대표해서 베드로가 나섰다. 언제 일어날지, 무슨 징표가 있을지를 묻는 것은 호기심을 넘어서 그들에게는 중대한 일이었다. 마태오 복음서는 이 두 질문을 사도교회 시대의 입장에서 더 자세하게 풀어놓았다.「언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주님이 오실 때와 세상이 끝날 때에 어떤 징조가 나타나겠습니까?」
과거에는 성전이 점령되고 파괴된 후 민족적인 영웅이 나타나서 이를 복구하고 민족의 정기를 세워주었다. 제자들은 이제 또 성전이 파괴되면 이번에는 주님이 다시 나타나서 살려주시리라고 믿고 있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예수를 스승으로 모셨고 구세주 메시아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보아 두 가지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하나는 성전의 파괴이며 또 하나는 주님의 오심이다. 성전 파괴 사건은 도망가면 되지만 주님이 오시는 날은 세상이 끝나는 날이다. 이 두 사건은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말씀하셨지만 두 번째 사건은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첫번째 사건은 유다인들에 대한 심판이며 두 번째 사건은 세상에 대한 심판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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