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성사란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거나 신체적 결함으로 고통받은 환자들과 그리고 죽을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위로와 희망을 베푸는 성사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에는 성한 몸으로 세상에 나오지만, 자라면서 신체적 질병과 정신적 충격과 갈등으로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세상의 공기와 햇빛 그리고 땅에서 농사지은 곡식들, 과일들 그리고 공중의 새들, 물속의 물고기들로 영양을 섭취하며 자기 신체를 성장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양도 필요한데 그것은 학교교육과 자연과 사회 속에서의 체험과 공부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자라게 된다.
이 세상에는 인간을 유익하게 하는 이로운 물질들과 유익한 생각들, 일들이 있는데 이것을 생명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생명적 요소들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것들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들로 부터 얻어질 수 있다. 자연의 조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생활, 인간사회의 법과 질서들은 공동선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참 삶의 길로 인도해 준다. 반면에 이 세상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생명을 헤치는 것이므로 반생명적 요소라고 말한다. 이것들은 인간을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며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병을 일으키게 하는 균, 먹으면 죽는 독약, 극약, 순간적인 만족을 주나 점차로 인간을 병들게 하는 마약, 과도한 쾌락을 위한 무질서한 남용들,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행동, 자신을 속이고 하느님을 등지게 하는 자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인간을 병들게 하고 죽게 한다. 온갖 질병과 죽음은 이렇게 죄의 결과들로 야기된 것인데 죄는 결국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데서 오며 그것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담배를 많이 피워 구강암으로 죽어가는 환자가 목숨이 얼마 안 붙어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고 싶어한다. 그것은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마음을 잘 잡으면 얻었던 질병도 고칠 수 있는데, 여기엔 상당한 인내와 절제, 강한 의지력이 요구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보통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이미 세상을 거칠게 산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폭력, 무질서, 욕심의 결과로 빚어진 죽음의 요소들에 그 영향을 받아 병을 앓고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이것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선업을 행하며 깨어진 질서를 바로 잡고 욕심을 누르고 양심을 키우는 길인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병자성사는 이런 뜻에서 단지 병으로 앓고 있는 자와 죽어가고 있는 자에 대한 위로의 차원이 아니라, 질병과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는 반생명적 요소인 죄를 없앰으로써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생명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삶의 길을 제시하는 재생과 희망의 성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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