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14, 15~24:마태22, 1~14)
심부름꾼들은 초청받은 자들의 무례한 거절을 사실대로 주님께 알린다. 주님의 종사자들은 시키는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고 있는 그대로 보고할 뿐이다. 사도시대의 복음전파자들이 그렇게 했다.
오늘의 성직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일이 잘되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일이 실패했을 때는 처리를 하느님께 맡겨야 한다. 이 정신이 그대로 히브리서에 나타나 있다.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따르고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쉬지 않고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읍니다. 그들은 장차 하느님께 자기가 한 일을 낱낱이 아뢰어야 할 사람들입니다』(히브 13, 17)
잔치주인의 초대를 거부한 무례함은 주인의 분노를 자아냈다. 손님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하며 기쁨을 나누려던 주인이 초청을 거절당했다면 무안하고 섭섭함을 넘어 분노에까지 이를 것이다. 그런데 이 잔치가 천상잔치이고 이에 초대를 거절당했다면 문제는 심상치 않다. 호의를 거절당한 주인은 이 경우 어떻게 할까. 거절당한 호의는 노여움으로 변한다. 초청받았던 자들은 내 잔치에 들어 올 자격이 없다라는 심판을 받게 된다. 그들에게 베풀어졌던 은총은 이제 영영 박탈당하고 만다.
이 비유에서 손님들이 초청을 거절했다는 것이 주요대목은 아니다. 중요한 교육목적은 이제부터이다. 주인은 심부름꾼에게 이른다. 가서 사람들을 불러 오너라. 이 분부가 중요하다.
이 분부는 복음서 마지막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이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라는 분부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심부름꾼은 주인의 분부를 따라 지체없이 동네로 나가 한 길과 골목을 다니며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 절름발이 등을 불러모아 데리고 온다.
이 네가지 종류의 불행한 사람들은 예수께서 잔치를 베풀 때에 초청해야 할 사람들을 열거한 부류의 사람들과 같다(루가14, 13).
이들은 한마디로 모두 불행한 사람들이고, 광장이나 한 길에서 집 없이 헤매는 사람들이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길가에 나아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좋고 나쁜 사람 가릴 것 없이 불러들이라고 한다. 길거리의 아무나는 사회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하여튼 이들은 처음에 정식 초청을 받았던 사람들과 대조되며, 첫 초청자들은 유대아의 지도층과 부유층을 가리키고 불쌍한 초청자들은 유대아사회에서 멸시받던 세리 죄인들을 가리킨다. 그래도 아직 자리가 비어 있어서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초청한다.
이번에는 동네 밖으로 나아가 사람들을 초청한다. 동네 밖은 울타리가 처져있고 그밖에는 유대아인이 아닌 이방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담 안에 들어올 수 없었고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그들은 강제로 데리고 와야 했다.
이제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일단은 다 불리었다. 그 중 주인의 진노를 산 사람들은 상류층의 사람들이다. 개인적인 아집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은총의 손짓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다. 잔치장소는 어떻든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야만 잔치가 영광스러워진다. 천상잔치는 더 더욱 그렇다. 이것을 강조하려고 비유는 거리에 나아가 아무나 불러오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잔치석상에 앉은 사람들을 잔치주인은 자격심사를 한다. 이것은 아무나 불러 온 취지와 위배된다. 자격심사 이야기는 마태오가 첨가한 것으로 초대교회의 윤리교육적인 목적으로 다른 문맥에 있는 것을 갖다가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밀과 가라지가 병존하는 밭의 비유, 좋은 물고기와 나쁜 물고기가 한 그물에 잡힌 이야기 등과 더불어 선인과 악인이 함께 자리한 잔치상은 심판날에 모두 가려질 것이라는 종말론적 교훈이 곁드려진 것이다.
『불린 자는 많으나 뽑힌 자는 적다』라는 맺음말은 종말론적인 상투어인데 열사람이 불려서 한 사람이 탈락되어도 이 말은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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