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호에서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중요성과 끌레멘스의 생애를 보았는데, 여기서는 그의 저서들과 신학사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저서
끌레멘스는 신앙과 이교철학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학문은 신학에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는 모든 이교학문의 영광이며 화환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교철학과 그리스도교와의 이러한 조화는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모든 인간 이성 안에 역사하신다는 「로고스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끌레멘스는 이교학문을 거쳐 그리스도교의 진리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다음의 세 저서들을 통해 설명한다.
「희랍인들을 위한 권고」(Protrepticus) : 12권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호소의 성격을 띤 호교론적 작품이다. 제1부(1~7권)에서는 이전 시대의 호교 교부들의 사상을 상기하면서 우상숭배와 신화에 기반을 둔 이교사상의 맹목성과 부도덕성을 지적하면서 비판한다. 제2부에서는 그리스도를 인류의 참된 교사로 부각시키면서 유아기에 불과한 이교사상에서 벗어나 그리스도교의 성숙한 진리의 품에로 돌아올 것을 권하고 있다.
「교육자」(Paedagogus) : 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는 「희랍인들을 위한 권고」의 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리스도교에 귀의한 새 신자들이 합당하게 신자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참된 교육자(paedagogus)로, 신자들은 어린이들로 묘사되어 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참된 스승이신 그리스도로부터 가르침의 자양분을 받아 성장한다는 것이다.
「양탄자」(Stromata) : 8권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는 일정한 순서없이 여러 형태의 글들을 모은 것이다.「양탄자」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여러 실들을 짜서 하나의 양탄자를 만들어낸다는 뜻에서, 여러 형태의 글들을 수록한 책에 붙여진 당시의 관행 때문이다. 끌레멘스는 그리스도교와 이교학문 즉 신앙과 철학의 관계를 비교하는데, 희랍철학의 유익성과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신앙의 우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위의 세 저서가 끌레멘스의 대표적 작품이며, 그 외에 「어떤 부자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강론, 영지주의자 테오도투스를 반박하기 위해 그의 주장들을 발췌한 「테오도투스 발췌록」 그리고 「예언서 주석」이 있다.
신학사상
①로고스신학 : 끌레멘스 신학사상의 출발점이며 기초는 로고스신학에 있다. 로고스는 세상의 창조주이며, 구약성서와 희랍철학을 통해 하느님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신 계시자이며, 마지막 때에 친히 인간 육신을 취하셔서 강림하신 분이시다. 로고스는 인간의 모든 이성적 활동에 주재자이시기 때문에 이교철학과 신앙 사이에 조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시기 이전까지 철학은 희랍인들의 의화를 위해 필요했으나 지금은 영혼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기 위해 유익하다』(양탄자 l, 5, 28)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희랍철학의 가치를 인정한다. 로고스이신 성자 그리스도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삼위일체를 이루시며, 그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을 인식하게 된다. 인간을 가르치는 스승이며 입법자이신 로고스는 인류에게 새롭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구세주이시다. 은총의 이 새 생명은 세례의 신앙으로 시작되며, 우리는 탐구와 명상을 통해 그리고 애덕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불사불멸에 이르게 되고 끝에 가서는 하느님을 닮게 된다는 것이다.
②성체성사 : 끌레멘스는 멜키세덱의 제사를 성체성사의 예표(豫表)로 제시하면서, 성체는 우리를 키우고 그리스도와 일치시키는 새로운 영적양식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사 때 포도주에 물을 섞는 예식과 그것이 그리스도의 성혈로 변화되는 신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신학을 설파한다. 『주님의 피는 두 가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육적인 피로서 우리는 이를 통해 육신의 부패에서 구원됩니다. 다른 하나는 영적인 피로서, 우리가 이를 통해 그분과 일치되는 것은 예수님의 피를 마심으로써 주님의 불멸성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로고스」께 능력을 주시듯이 주님의 피는 우리 인간에게 영적 힘을 줍니다. 포도주가 물과 혼합되듯이 성령이 인간과 혼합됩니다. 포도주가 물과 혼합되듯이 우리는 먼저 신앙으로 양육되며, 그 다음 성령께서는 우리를 불사불멸에로 인도하십니다. 이 두 가지의 혼합, 즉 음료와 「로고스」의 혼합을 우리는 성체성사라고 부릅니다. 믿음으로 이를 영하는 사람의 육신과 영혼이 성화되는 이 놀랍고도 아름다운 선물은 신적 혼합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며, 성부께서는 이를 통해 인간을 성령과 「로고스」와 결합시켜주시는 것입니다』
③결혼의 중요성 : 결혼을 경시하거나 죄악시하던 당시의 영지주의자들에 반대하여 끌레멘스는 결혼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뿐만 아니라 전 인류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의무로 역설한다. 그는 결혼의 목적이 먼저 자녀출산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데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동시에 부부의 상호 협조와 사랑을 강조한다. 주님의 이름으로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주님께서 계시리라는 성서말씀을 토대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이 주님 안에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이상적인 가정공동체를 제시한다. 그러나 결혼의 중요성과 불가해소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한 배우자의 사망 후에도 재혼을 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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