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순박한 종지기가 울리는 종소리가 세상살이 어려운 사람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고 있다. 서울 가회동본당 종지기 김만식(토마스ㆍ53세)씨가 자신의 삶을 소탈하게 글로 옮겨 시집「땡땡땡… 종소리」를 펴낸 것.
학교 문턱에 가보지 못한 채 험난한 세상을 헤쳐 온 그가 이번에 펴낸 시집에는 시 외에도 꽁트, 단상들이 실려 있다.
「남학생 책상 위에 공책이 널려 있으면 공부 잘 하는 줄 알고/여학생 책상 위에 공책이 널려 있으면 계집애가 공부는 하지 않고 어질러놓고 있다고 야단 친다/이제 우리 잘못된 습관은 버립시다」
「유」(有)라는 제목의 이 꽁트를 비롯 일상에서 흔히 체험될 수 있는 일을 넉넉한 웃음으로 전해주는 김만식씨의 시집은 신앙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어머니를 어려서 여의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가 그리워 베갯잇을 적시는 김씨가 부인 박명숙(실비아ㆍ52세)씨를 만나 한글을 깨우치고 시집까지 내게 되기까지의 삶을 아는 이들이 드물지만 그의 시에는 험난한 인생역경을 헤쳐 온 풍부한 감성이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첫 시집「홀로 핀 들꽃」을 펴낸 이후 두 번째인 이번 시집에서 김만식씨는 신자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신앙인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때로는 우리 스스로가/서로를 가르고 외면할 때/당신이 주신/생명의 순결들을/저버리곤 합니다」(삶이 머무는 자리)라고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로서 올곧은 믿음을 가져야 된다고 노래하는 김씨다.
하루의 대부분을 성당에서 보내고 있는 김만식씨는『신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는 시간이 항상 기다려진다』면서 『하루하루 종을 치면서 성당 구석구석을 청소하면서 메모해 둔 것을 펼쳐 들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 늘 감사드린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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