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다. 「배가 침몰하는 암초투성이의 한 해안에 거의 쓰러져 가는 구조대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은 작은 오두막에 불과했고 배도 한 척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몇 명 안되는 대원들은 끊임없이 바다를 감시했고 난파 기미가 있으면 폭풍우도 마다 않고 겁 없이 암초 사이를 찾아 나섰다. 그런 희생의 결과로 많은 사람이 구조를 받았고 그 구조대는 유명해졌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구조대를 돕고 싶어했다. 마을사람들은 자금과 시간을 아낌없이 지원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인원들이 가입했고 새 구조선이 도입되었으며 새 구조요원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오두막같은 사무실도 크고 편리한 빌딩으로 바뀌었고 인명구조에 필요한 충분한 장비들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배가 침몰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구조대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마을회관 같이 이용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대원들은 사회활동에 깊숙이 개입했고 결과적으로 인명구조 일에는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다. 겨우 자신들이 달고 다니는 배지에 새겨진 인명구조 좌우명만이 간신히 그들의 본분을 상기시켜 줄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인명을 구조할 때 대부분 더럽고 병들어 있었기 때문에 더럽혀 진다고 구조하기를 매우 꺼려했다.
얼마가지 않아 구조대의 사회활동은 셀 수없이 증가했고 반면 구조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회의가 열렸고 소수의 구조대는 본연의 활동과 목적으로 되돌아가길 주장했다. 결국 투표에 들어갔고 소수로 판명된 순수한 구조대는 떠나가도록 요구 받았다. 오늘날 그 지역을 들르게 되면 고급 건물들이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 각 회관들은 자신들의 뿌리와 전통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여전히 배가 침몰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구도 그 일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이 예화에서 보면 구조대가 처음에는 순수하게 본연의 목적과 활동을 했었으나 나중에는 전혀 엉뚱한 활동으로 변질되어 본연의 자세에서 이탈했다.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오늘의 복음 말씀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산상설교의 내용이다. 크리스찬으로서 해야 할 행동지침을 설교하고 계신다. 오늘 독서의 말씀과 응송을 보면 「법, 계명」 그리고 「지키라」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 작은 계명 중에 하나라도 스스로 어기거나 어기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오늘의 말씀들은 살인하지 말라, 화해하라, 간음하지 말라, 이혼하지 말라, 하느님께 맹세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주로 십계명의 구체적 내용이다.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가?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실 때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 같은 유대인 지도자들처럼 하지 말라고 하셨다. 유대인들은 너무 형식에 얽매여 법의 정신을 왜곡시켰다. 율법의 세밀한 규정들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하느님 공경과 인간 사랑인데 이 진짜 알맹이는 빠져버리고 법 규정만 지키는 껍데기만 남아 있게 되었던 것이다. 마치 구조대원들의 배지처럼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법의 정신을 중요시하셨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꾸짖으신 것이다. 우리도 다시 한번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새겨 보자.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는데 낙태, 신체 상해, 작은 살인(미워함), 남에게 정신적인 괴로움을 주는 것, 남에게 다리를 못 뻗고 자게 하는 것 등을 말한다. 우리에겐 화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재산상속 문제로 인한 형제지간의 처절한 법정 싸움, 이웃집과의 경계선이나 돈 문제로 인한 해묵은 싸움, 남북 간의 으르렁거림, 광주 사태 등으로 인한 불의한 권력자와의 원한관계, 노조, 전교조 등으로 인한 원한 관계 등 화해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화해하라는 말씀이다. 간음과 이혼도 엄격히 금하신다.
오늘의 말씀들은 진부한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 크리스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이런 윤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때 그 사회는 불의한 사회, 약육강식의 사회, 갈등의 사회로 혼란만 거듭될 것이고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려 노력할 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평화가 넘치는 민주사회가 한층 더 빨리 이룩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이 더 이상 구조대원의 배지처럼 껍데기뿐인 채로 남아 있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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