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바리사이판인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불신앙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예수와 그 제자들에 대한 일대박해를 몰고 올 것이며 이것을 예감하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
『무서워하지 말라. 내 친구들이여』. 제자들을 「친구들」이라고 부른 것은 공관복음서에서 여기 (루가복음서) 에만 나온다. 이 말은 예수를 알아 보고 그이 뜻을 따르며 그이 비밀을 전수받은 사람들이 가지는 아주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벗어라고 한것은 요한복음서에 또 다시 한번 나온다. 내일이면 원수들의 손에 잡혀 죽게 될 마지막 날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앞에 놓고 그 죽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제자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시며 『나는 너희를 벗이라고 부르겠다』라는 격려의 말씀이 있다.
그리고 벗이 무엇이며 벗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셨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하는 것을 지키면 너희는 나의 벗이 된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요한15, 13~14).
예수께로부터 친구라고 불린 제자들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그들을 박해한 원수들은 오로지 예수 때문에 박해하는 것이며 그들은 박해해 봤자 육체를 죽일 수 있을 뿐이며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이다. 그러나 생명은 육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라고 말씀하실 때 예수께서는 지상의 육신생명을 말씀하지 않았다. 육신생명은 시편에서 읊은 대로 『한바탕 꿈이요, 아침에 돋아나 싱싱하게 피었다가도 저녁이면 시들어 마르는 풀잎, 주님 앞에는 천년도 지나간 어제 같은』 (시편 90, 4~6) 것인데 예수께서는 「나는 생명이다」 라고 다짐해 주셨다. 그러니 한낱 풀잎같은 육신을 죽인다고 무서워 할 것은 없고 다만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두려워 해야한다』. 여기서 두려워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맡긴다는 뜻이다.
마태복음서에서는 영혼과 육신을 살리기도 하고 없앨 수도 있는 분을 두려워하라고 하였다. 사람들에 대한 무서움과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 대조되었는데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을 키워나가라라는 뜻이다.
하느님의 섭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돌보신다. 땅에 돋아나는 하찮은 잡초에서 땅을 기고 하늘을 날으는 미물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의 거대한 섭리원칙에 따라 살고 죽고 한다. 이 섭리안에서는 풀잎 하나가 죽거나 미물 하나가 죽는 것이 무서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것들이 사는 것은 사는 가치가 있고 죽는 것도 그 나름대로 대자연속에서 죽는 가치가 있다.
이러한 뜻을 간직하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참새같은 미물의 죽음에 대한 예를 드셨다.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한푼에 두마리 반이고 참새 한마리 값은 반 푼도 못되는 0.4푼이다. 마태오복음서는 한푼에 참새 두마리 그러니까 참새 한 마리 값은 반 푼이다. 이렇게 참새값이 서로 다르게 매겨진 것은 아마도 마태오와 루가가 복음서를 쓰던 장소와 시대가 다른데서 기인될 것이다.
마태오복음서는 80년내지 1백년 사이에 안티오키아에서 쓰여졌으며 그 대상은 유대아인들이었다. 루가복음서는 70년에서 1백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하며 쓰여진 장소는 확실치 않으나 그리스인 등 이방인들이 사는 곳에서 쓰여진 것만이 확실하다. 두 복음서에서 참새 값이 다른 것은 이상의 상황에 기인한다.
어떻든 참새 한 마리는 값어치로 따져도 자연속에 미물이다. 그런 하찮은 미물도 하느님의 자연섭리 안에서 살고 죽고 한다.
마태오는 하느님대신 「너희 아버지」 라고 불러 하느님의 부성적인 관심을 짙게 나타낸다. 하느님 아버지의 눈에는 아무것도 소홀히 취급되는 것이 없고 참새 한 마리도 하느님의 허락없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유대아인들의 라삐문서에는 『하느님의 허락없이는 새 한 마리도 죽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이야』라는 말이 있다. 참새와 제자들을 대조시키는 섭리의 강도는 그 대상의 경중에 달려있음을 강조한다.
사람에 대한 섭리는 더 강도가 높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라는 말은 하느님 섭리에 대한 구약적인 격언이다. (사무상14, 45: 사무하14, 11 : 열왕상 1, 52 : 루가2, 18 : 사도27, 34). 제자들의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하느님의 헤아림속에 들어 있다면 그들은 원수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으며 하느님이 참새들과는 비교도 되지않게 그들을 돌보신다는 말이되며 그렇다면 제자들은 세속에 대하여 마음쓸 필요가 전혀 없다. 세속일에 애써봤자 『머리카락 하나도 희게나 검게 할 수가 없다』 (마태 5, 36). 오늘 피었다가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화려하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들이야…아무 걱정말고 오직 하느님 나라를 찾아라. 조금도 무서워 할 것 없다 (루가12, 28~32).
사람 한 사람은 그 많은 참새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귀중하다. 그러니 제자들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오로지 위임받은 일을 할 것이며 나 (예수) 만 믿어야 한다. 그들이 박해를 받으며 원수들의 지상법정에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거부하는 것에 따라 하느님의 천상법정에서도 예수께서는 (루가는 사람의 아들, 마태오는 나라고 했다)그들을 인정 또는 부정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고백 또는 인정한다는 말은 법정에서 증인이 올바른 사실을 증언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거짓 증언을 하여 지상의 목숨을 건질것인가 올바른 증언을 하여 하찮은 목숨을 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 그 선택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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