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올 어머니, 소리 한점 없는 새까만 새벽입니다. 저는 이런 새벽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이웃에게 줄수 있는 사랑을 하느님과 함께 만들수 있는 좋은 여백이고 또 아침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새벽하늘의 별들이 구름속에서 또는 끝없는 정적의 어둠속에서 얼굴들을 반짝이며 말없이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저도 저 별들과 합창으로 이 신새벽에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빛은 어둠을 밝혀주는 참 빛이십니다.
하느님의 빛을 받은지도 어언 4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처음 입소할 때만 해도 모든 것을 될대로 되라는 완전 자포자기한 상태로 소내생활을 했는데 선배 사형수 형제들과 어머님의 따스한 사랑의 도움으로 차츰 신앙의 눈을 뜨고 견진성사까지 받은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참으로 헛된것 임을 알았습니다. 세상의 기쁨과 하느님의 기쁨은 비교도 안됨을 알았습니다. 그런 헛된 것을 찾아 범죄를 저질렀다니 정말 한심스런 지난날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을 믿기에 희망을 갖고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악인도 의인으로 변화될 수 있는 진리와 저도 할수 있다는 하느님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곳에 구속되어 모든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자타를 탓하거나 운명을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늦게나마 이곳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참삶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하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할 뿐입니다.
죄인인 저에게도 의인이 될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어머니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를 드립니다. 저에게 따뜻한 정을 주시는 엄마를 위해 오늘도 기도합니다.
예수님을 닮아보려고 요즘은 독서를 많이 하려 노력하는데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은 막혀있던 길을 뚫어 준 것이지 완성은 아니다. 완성은 즉 우리가 십자가의 바톤을 이어 받아 그 고통을 몸으로 받고 이김으로써 완성이다.
즉 선한 사람이 고통을 받는 것은 이기주의적 부를 축적한 사람을 대신하여 고통을 받는거라고 쓰여 있어요. 엄마 저도 남을 위해 고통을 참아 받는 선한 사람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그렇게 폭악하게 굴어서 직원들과 재소자들의 지탄거리가 되었던 그가 비록 수녀의 신분이긴 해도 그래도 마음의 고향인 사랑을 주고 받을수 있는 엄마라는 대상이 생기고부터 차차로 순화되어 유년시절 느껴보지 못했던 공허감을 채워가기에 급급해하여 새로운 삶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눈물 겨우리만큼 아름답고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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